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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도 아픈.. 연극은 '기억'을 담아내는 예술
등록 : 2019-05-28 11:58
로베르 르파주]
세계적 연출가 겸 배우.. 연극 '887'로 12년 만에 내한

"우리는 어린 시절 들었던 노래나 주변에 살았던 이웃은 기억하지만, 지금 손에 쥐고 있는 휴대폰 속 번호는 좀처럼 기억하지 못하죠.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왜 기억할까요? 이 작품으로 기억의 모든 면을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로베르 르파주는 27일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 작품을 찾는 한국 관객들은 매우 젊은 사람들"이라며 "연극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LG 아트센터

캐나다 퀘벡 출신의 세계적인 연극 연출가 겸 배우 로베르 르파주(62)가 '기억'을 화두로 한 연극 '887'을 들고 1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는 전통적 연극 형식에 이미지와 영상, 첨단 기술을 활용한 무대 연출을 결합해 현대 연극의 경계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벨기에의 이보 반 호프, 독일의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와 더불어 현재 세계 연극계에서 가장 중요한 연출가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달의 저편'(2003·2018), '안데르센 프로젝트'(2007), '바늘과 아편'(2015) 등 그의 작품이 꾸준히 공연됐다. 하지만 그가 직접 배우로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본래 배우에게 기억은 무척 중요한 주제다. 대사도 외워야 하지만, 연극의 본질이 사람의 기억을 담아내는 예술이기 때문"이라며 "나도 예순이 넘으면서 기억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며 웃었다.

르파주가 1인극으로 이끌어가는 이번 연극의 제목 '887'은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아파트 주소인 '퀘벡시티 머리가(街) 887번지'에서 따왔다. 부모님과 할머니, 형제들과 함께 살았던 비좁은 아파트는 무대 위 미니어처로 구현돼 기억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는 장소가 된다. 르파주는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는 일은 무척 즐거운 작업인 동시에 슬프고 아프기도 했다"고 했다. "프랑스와 영국의 지배를 번갈아 받던 퀘벡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계급·계층별로 다양한 갈등을 겪었어요. 예컨대 기업의 관리직들은 영어를, 하위 노동자는 프랑스어를 사용했는데, 택시 기사였던 아버지는 그런 갈등을 몸소 겪었죠." 그는 "이 작품은 나의 개인적 기억(history)에서 역사적·문화적 격동기를 겪었던 캐나다와 퀘벡의 역사(History)로 연결된다"고 했다.

오늘날 한국 관객에게 이 작품이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지 묻자, 르파주는 "궁극적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기억은 중요한 화두"라고 답했다. "불과 수십년 전만 돌아보더라도 여러 이유가 모여 큰 전쟁을 일으켰지만, 오늘날 사회는 기억을 상실한 듯한 행보를 하고 있죠. 저는 예술가의 역할이 끊임없이 과거를 환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무슨 짓을 해서 어떤 결과가 일어났는지 기억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연극과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29일~6월 2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출처:https://news.v.daum.net/v/20190528030854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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