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주역(周易) 읽기 36
이번에는 『주역』의 64괘 가운데 스물두 번째로, 자연과 인간 사회의 조화로움 속에서 드러나는 아름다움의 원리를 해석한 산화비괘(山火賁卦 )와 그것을 형상화한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비(賁)는 ‘분’으로도 읽히는데,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외부의 장식만이 아니라 본질의 진실함 위에 세워진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비괘는 인간의 내면적 덕(德)과 품격의 빛을 더함으로써 인간과 세상의 조화를 완성하는 괘로 풀이된다. 아래의 내괘인 불[離]은 내면의 밝음과 통찰을 상징하고, 위의 외괘인 산[艮]은 절제와 그침을 의미한다. 즉 안으로는 밝게 빛나고, 밖으로는 절제된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며, 이를 통하여 겉의 단장은 속의 진실한 빛에서 비롯되어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인간이 지닌 내면의 지혜와 외면의 품격이 균형을 이루어야 진정한 아름다움이 완성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산화비괘의 괘상(卦象)을 살펴보면 위에는 산( )이 있고, 아래는 불( )이 있는 형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불은 밝음과 통찰의 상징이며, 산은 그침과 안정의 상징이다. 불이 산 아래에서 타올라 산을 비추는 형상은 곧 내면의 밝음이 외면의 절제 속에서 드러나는 것을 의미하며, 내면의 진실한 덕이 외형의 품격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뜻이다. 이는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이란 꾸밈의 화려함에 있지 않으며, 덕의 깊이에 근거할 때 비로소 진정성을 얻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천화동인괘 (天火同人卦)가 사람들과 함께 뜻을 모으는 ‘화합의 도’를 말한다면, 산화비괘는 그 화합 위에 덕과 예를 더하여 조화로운 질서를 이루는 ‘아름다움의 도’를 말한다. 특히 이 괘의 의미는 단지 장식이나 외형의 화려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덕이 바탕이 되어야만 그 꾸밈이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완성된다는 점에 있다. 「단사(彖辭)」에서는 “비는 문채를 드러내는 것이다. 문채로써 밝게 하여 끝내 통함이 있다.”라고 하였다. 이는 꾸밈이 본성을 해치지 않을 때 비로소 덕을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는 뜻이다. 아름다움이란 본성을 감추는 가면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이 세상과 만날 때 자연스레 비쳐 나오는 빛이다. 또한 「상사(象辭)」에서는 “산 아래에 불이 있는 것이 비괘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밝게 드러냄으로써 백성을 교화한다.”라고 하였다. 즉 군자는 지혜와 덕을 조화롭게 드러내되 과시하지 않으며, 외면의 아름다움을 통해 백성의 마음을 부드럽게 이끈다는 것이다. 여기서 불은 ‘밝음[明]’을, 산은 ‘고요함[靜]’을 뜻하므로, 비괘는 밝음과 고요함의 균형 속에 생겨나는 품격을 상징한다. 이처럼 산화비괘는 내면의 밝음과 외면의 절제를 아울러, 참된 아름다움이란 진실함과 조화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보여준다. 불의 밝음이 산의 그윽한 침묵 속에서 더욱 돋보이듯, 인간의 아름다움도 겉의 단장이 아닌 마음의 덕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비괘는 아름다움은 덕에서 비롯되며, 꾸밈은 진실을 돋보이게 한다는 『주역』의 미학을 보여 준다.
작품의 구성
이 작품은 연한 미색 바탕에 검은색의 붓질과 옅은 회색, 그리고 황금색의 가는 선으로 배치하였다. 위쪽 육오(六五) 효의 황금색 막대는 산화비괘(山火賁卦)의 비(꾸밈)를 상징하며, 이는 불의 밝음을 받아 외형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래쪽의 육이(六二) 효의 굵고 강한 검은 붓 터치는 ‘산(山)’과 ‘화(火)’의 대비를 보여주며, 굳건함과 유연함이 서로 교감하는 형상을 표현한 것이다. 또한 색의 활용에 있어서 육오 효와 육이 효는 괘의 중심이 되는 효이므로 시각적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황금색과 검은색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네 개의 효는 바탕색과 가까운 연한 회색으로 처리하였는데, 이러한 표현 방법은 육오 효와 육이 효의 위상을 더욱 강조하기 위함이며 동시에 화면을 크고 넓게 사용하여 개방감을 높이고자 하였다. 내괘인 화(火)는 아래에서 위로 타오르는 생명의 기운을 의미하고, 외괘인 산(山)은 그 기운을 머금고 단단히 머무는 존재를 의미한다. 내괘의 육이(六二) 효의 검은색 속에 미세하게 스민 황금색 붓질의 질감은 내면에 감추어진 품격과 조화를 표현한 것이며, 겉모습의 꾸밈은 내면의 진실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는 산화비괘의 교훈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이를 통하여 내면의 불꽃과 외면의 산세가 서로를 비추며 완성되는 조화의 미학을 담고자 하였다. 즉 꾸밈을 통해 본질을 드러내는 ‘비(賁)’의 도(道)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