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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목소리 들어주세요...수많은 음표에 담은 자연의 경고
등록 : 2023-03-02 12:06
세계적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
환경문제 다룬 신작으로 이달 내한공연
기생충·오징어게임 음악 감독 정재일
자연·인류애 연주한 첫 앨범 리슨 발표
영화 ‘기생충’과 넷플릿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통해 세계적인 음악가로 발돋움한 정재일이 글로벌 음악계의 유명 레이블 데카와 계약한 뒤 첫 앨범 ‘리슨’(LISTEN)을 선보였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아무도 나무를 보지 않는다. 우리는 열매를 보고, 견과를 보고, 목재를 보고, 그림자를 본다. 장식품이나 예쁜 가을의 나뭇잎을 본다. 깨끗이 밀어야 할 어둡고 위험한 장소들을 본다. (...) 여기는 나무가 끼어 사는 우리 세계가 아니다. 나무의 세계에 인간이 막 도착한 것이다.” (리처드 파워스, ‘오버스토리’ 중)

“지구가 하는 말도 듣고 싶었어요. 그것(지구가 하는 말)을 듣지 못해, 팬데믹도 전쟁도 겪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작곡가 정재일)

보지도, 듣지도 않는 시대. 우리가 외면한 곳으로 예술가들의 시선이 향했다. 무관심의 크기만큼 쌓인 ‘자연의 경고’는 수많은 음표로 옮겨졌다. 세계적인 메조 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54)는 현악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토드 마코버의 신작 ‘오버스토리(overstory) 서곡’(3월 16일, 예술의전당)으로, 영화 ‘기생충’, ‘오징어게임’의 음악감독 정재일은 새 앨범을 통해 ‘인류의 화두’를 꾹꾹 담아냈다.

조이스 디도나토는 2019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리처드 파워스의 소설을 토대로 한 신작 ‘오버스토리 서곡’을 통해 환경 문제를 이야기한다.[세종솔로이스츠 제공]

조이스 디도나토가 들려줄 ‘오버스토리 서곡’은 2019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리처드 파워스의 소설을 토대로 한 신작이다. ‘나무를 보지 않는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환경 문제를 풀어낸 작품이다. 소설에선 한 그루의 나무로 상징되는 아홉 명의 인물의 삶을 보여준다. 세종솔로이스츠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인 작곡가 토드 마코버에게 의뢰, 약 30분 길이의 오페라적인 작품으로 만들었다. 곡의 구성이 독특하다. 독창자(single voice), 체임버 앙상블, 전자 장치(electronics)가 어우러진다. 오는 7일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세계 초연된다.

토드 마코버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로부터 분리되며 인류가 치러야 하는 대가에 대한 이야기”라며 “자연의 네트워크화된 지능에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해를 가하고 있다는 관점을 연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사운드와 구조, 감각이 음악을 통해 소개된다”고 말했다.

‘오버스토리 서곡’은 두 개의 서사가 팽팽히 마주한다. 디도나토는 ‘인간의 관점’을 보여주는 주인공이다. 소설 속 한 사람인 식물학자 패트리샤 웨스터퍼드 역을 연기하며 독립된 모노드라마 형식을 들려준다. 그와 마주하는 또 다른 서사는 ‘나무의 세계’다. 지휘자 얼 리(한국명 이얼)가 이끄는 세종솔로이스츠와 전자 장치로 음악을 끌어간다. 마코버의 시그니처인 전자장치는 기계적이기 보다 자연적인 소리를 생성한다. 나무들이 소통하도록 돕는 역할이다.

디도나토는 “‘오버스토리 서곡’은 패트리샤의 생각과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동시에 나무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구조라 마치 잘 훈련된 남성 성악가와 듀오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고, 혼자만의 아리아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며 “연주를 맡은 세종솔로이스츠가 무대에 서서 연주를 하는게 아니라 움직임을 가지고 무대를 누비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작곡가 겸 연주자 정재일은 클래식 레이블 데카(Decca)와의 계약 이후 지난 24일 데뷔 앨범 ‘리슨(Listen)’을 공개했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제목을 ‘리슨’으로 결정한 데에는 많은 고민의 이유가 담겼다. 그는 “통속적이고 단순한 제목”이라고 하면서도 “내 안에서 하는 말, 다른 사람들의 말, 그리고 지구가 하는 말을 듣고 싶었다”고 했다.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는 ‘자연과 인류애’다. 나와 타인을 넘어 우리를 둘러싼 세계, 지구를 향한 경청의 가치를 음반에 녹였다. 그는 “우리가 사는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팬데믹과 그에 따른 비극적 이별, 전쟁이 터지는 것을 보고 ‘우리가 듣는 귀가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음반엔 ‘더 리버’(The River)를 비롯해 ‘리슨’(Listen), ‘오션 미츠 더 랜드’(Ocean Meets The Land) 등 총 7곡이 담겼다. 노르웨이에 위치한 유명 작업실인 레인보우 스튜디오에서 피아노 연주를 녹음했다. “더 깊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오롯이 혼자 이야기할 수 있는 편성이 좋겠다는 생각”에 피아노를 선택했다고 한다. 스스로 자신의 “모국어”라고 말하는 피아노로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아낸다. ‘리버’에선 작곡가 정재일이 머무는 사적 환경과 그로 인해 받는 영향들이 투영됐다. 정재일은 “한강 하구에 사는데, 겨울엔 철새가 수천마리 오가는 모습을 멍하니 보게 된다”며 “습지와 갈대가 있고 고수부지가 있는 풍경이 떠올랐다. 사람이 만들어놓은 것만 없으면 너무나 아름답겠구나 싶었다. 온갖 복잡한 생각 속에 가라앉는 느낌을 담게 됐다”고 말한다.

세계를 인식하는 예술가들의 음악은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다. 때로는 서늘한 슬픔이 압도하고, 때로는 무거운 어둠을 딛고 희망으로 당도한다. 작곡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와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함께 제작, 북극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북극을 위한 비가’(2016) 영상은 16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더 많은 음악가들이 인류의 위기에 행동하고 있다.

디도나토는 “내가 노래하는 음악이 가진 조화와 아름다움, 평화의 속성들이 무대 위에서만 존재하는 상황이 불편하다”며 “그것에 내 삶 속에도 있기를 원한다. 늘 내 의견을 표현해왔고, 억압 앞에서 침묵하는 일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재일 역시 “미(美)의 반대는 추함이 아니라 느낄 수 없는 것, ‘마비’라고 한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살아보자 싶었다”며 “듣고 싶었고, 지구가 하는 말을 듣지 못해 지금의 상황이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듣는 감상들이 퇴적돼 거대한 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출처:https://v.daum.net/v/20230302113227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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