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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만에 전국 순회공연…연극 동지로서 무대 쉬지 않길”
등록 : 2022-11-24 19:44
[짬][짬] 제주 연극인 강상훈·정민자 부부
연극 동지이자 부부인 강상훈 세이레 아트센터 센터장과 정민자 한국연극협회 제주도지회장. 허호준 기자

“연극이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환영받으면 좋겠어요. 연극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소극장이 동네와 마을마다 있으면 전문 연극인이 아니더라도 주민들이 생활로서의 연극을 취미생활처럼 할 수 있게 됩니다. 앞으로 그런 생활연극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요. 그래야 문화예술이 발전할 수 있잖아요.”

제주에서 연극인으로 함께한 지 42년, 부부이자 연극 동지인 강상훈(61) 세이레 아트센터 센터장과 정민자(61) 한국연극협회 제주도지회장에게 올해는 각별한 해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출연하는 연극 <먼 데서 오는 여자>를 들고 지난 10월10일 서울을 시작으로 다음달 8일까지 두 달 동안 전국 6개 지역을 돌아가며 공연하고 있다.

이 작품은 한국전쟁부터 베트남 파병, 중동 건설현장, 독일 간호사 파견, 대구 지하철 화재 등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지나온 노부부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호소력 짙게 전달한다. 구미와 부산에서 공연했고, 대구(소극장 한울림, 25~26일)와 전주(아하 아트홀, 28일), 춘천(소극장 도모, 12월6~8일)에서도 관객들을 만난다. 강씨는 제주연극제 4차례 연속 연기상을, 정씨는 연기상과 연출상을 받은 경험이 있지만, 강씨는 올해 처음으로 서울 무대에 섰다. 부부가 함께 전국 순회공연을 한 것도 처음이다.

두 사람이 전국 순회공연을 하게 된 것은 ‘2022 소극장 활성화 프로젝트’ 때문이다. 주제는 ‘작은 무대에서 부는 바람’으로 서울, 진주, 춘천, 대구, 구미, 전주, 부산, 광주, 제주 등 전국 9곳의 소극장을 가진 극단들이 순회하며 공연을 펼치는 방식이다.

<먼 데서 오는 여자> 중 한 장면. 극단 세이레 제공

대학 시절 숫기 없고 내성적이던 강씨가 선배를 따라나선 곳이 제주 극단 이어도였고, 그 자리에서 대본을 읽어 보라는 극단 대표의 말에 따랐다가 캐스팅됐다고 한다. 부인 정씨는 대학 시절 연극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극단 이어도의 문을 두드렸다. 1980년에 두 사람은 그렇게 만났고, 평생 연극 동지가 됐다.

“당시 극단 단원이라고 해야 14~15명이었어요. 그래도 대본을 읽고, 연극을 하면서 말하는 맛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연극에 빠졌습니다.” 남편의 말이다.

하지만 지역 연극계, 특히 제주의 실정은 열악하다. 강씨는 지역 연극계의 현실을 지역균형 발전에 빗대어 언급했다. “지역균형발전 이야기가 나온 지 한두 해가 아닌데 왜 균형발전이 안 되고 있느냐는 말과 마찬가지이죠. 일부 연극인은 연극계 편차가 서울과 지역이 수십 년이 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서울은 상당히 발전하고 있는 데 지역은 헤매고 있어요. 제주도는 연극 시장도 형성되지 않아 티켓 판매도 여전히 고전하고 있지요.”

‘먼 데서 오는 여자’ 내달 8일까지
서울·부산·대구·전주 등 6개 도시
현대사 질곡 관통한 노부부 이야기

80년 제주 극단 ‘이어도’에서 만나
생활 어려움에도 꿋꿋이 ‘소극장’ 지켜
‘늙은 부부 이야기’는 110회 이상 공연

이런 어려움에서 부부는 생활을 위해 제주 여러 곳을 전전하면서도 소극장을 버리지 못했다. 연극발전의 디딤돌이 바로 소극장이라고 봐서다. 현재 세이레 아트센터가 입주한 건물은 다섯 번째 옮긴 곳으로, 99석 객석을 갖췄다.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은 150여 편에 이른다. 작품마다 열정을 쏟았지만, 2006년부터 부부가 펼치는 2인극 <늙은 부부의 이야기>는 공연횟수만 110여회에 이른다. 두 사람이 무대에서 만난 건 공동연출까지 맡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그만큼 부부의 이 작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이 작품은 2015년 두 사람의 연극인생 35주년을 기념해 제작했다. 강씨는 “집에서는 아내이지만 정민자라는 연극 동지가 함께했기에 100회 이상 공연이 가능한 것이지 다른 배우나 단원이라면 가능했을지 의문이다”며 웃었다. 둘은 지역방송국의 각종 제주어 드라마와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있다. 정씨는 지역방송사의 제주어 프로그램에 30년 넘게 출연한 이력도 있다.

소극장 활성화 프로젝트에 힘입어 세이레 아트센터의 ‘동네극장’(소극장)에는 11월과 12월 내내 전국의 연극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달 들어 <호야, 내 새끼>(대구 극단 한울림), <사평역>(광주 극단 푸른역극마을), <마중>(부산 공연예술창작집단 어니언킹), <정크, 클라운>(진주 극단 현장)에 이어 25~27일에는 <아버지와 살면>(춘천 극단 도모)이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다음달에는 극단 세이레 창단 30주년 기념공연이 이어진다. 세이레의 <먼 데서 오는 여자>가 12월16일 무대에 오르며, 이어 <코마>(23일, 여수 극단파도소리), <달빛유희>(26일, 창원 도파니예술단), <자전거여행>(28일, 마산 극단 상상창꼬), <책방지기>(30일, 밀양 극단 마루)가 연말까지 이어진다.

“프랑스 아비뇽 연극축제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노부부 중 한 분은 관객들을 인도하고, 한 분은 공연하는 것을 보면 우리도 그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극 동지로서 쉬지 않고 작품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연극 동지의 꿈이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출처:https://v.daum.net/v/20221124190502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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