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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사계 선율로 그린 인생의 `희로애락`
등록 : 2022-11-24 19:42
팬데믹 이후 내실 다지며 세월 보내
한국서 비발디 대표곡 내세워 공연
"사계는 인생의 계절을 표현하는 곡"
사랑·슬픔·환희 등 다양한 감정 표현
바이올린 소나타·전국 투어 등 계획도
파비오 비온디는 12세에 RAI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16세에 빈 무지크페어아인의 초청으로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1990년 에우로파 갈란테를 창단해 바로크 음악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c)James Rajotte
파비오 비온디 c)James Rajotte
c)Ana de Labra

월간객석과 함께하는 문화마당 바이올리니스트 '파비오 비온디'

파비오 비온디(사진)/에우로파 갈란테가 '비발디 스페셜리스트'로 언급되는 것에 의문을 품는 이는 없을 것이다. 1990년에 창단한 에우로파 갈란테가 짧은 시간 내에 인지도를 높일 수 있던 건 비발디 '사계' 음반(naive) 덕분이다.

이들은 1992년, 맨체스터 음악 도서관에 보관된 비발디 필사본을 토대로 한 '사계'를 발표했다. 고전적인 비발디 해석을 완전히 뒤엎는 '신고전'의 역사를 쓴 에우로파 갈란테. 최고의 속도감과 극단적인 다이내믹으로 무장한 '사계'는 평단과 청중을 흥분시켰다.

'당대연주'에 대한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한 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고악보를 찾아 바쁘게 움직인다. 코로나로 다수의 공연이 취소됐던 지난 2년간, 에우로파 갈란테는 여러 장의 음반을 쏟아냈다. 2019년 쇼팽 페스티벌에서 연주한 베르디 초기 오페라 '해적' 실황 음반을 발매했고, 2020년에는 비발디 초기 오페라 '아르지포' 음반을 선보였다. '아르지포'는 2020년 국내에서 아시아 초연으로 연주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무산된 바 있다. 지난 8월에는 이탈리아 작곡가 카를로 몬자(1735~1801)의 한 번도 녹음된 적 없는 현악 4중주 작품을 음반(naive)으로 발매해 이목을 끌었다. 이 음반에는 파비오 비온디를 비롯해 에우로파 갈란테 세 명의 멤버가 참여했다.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의 화려한 부활을 이끈 파비오 비온디/에우로파 갈란테가 11월,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이들에게 뜨거운 명성을 안겨준 비발디 '사계'를 오랜만에 만나볼 수 있는 공연이어서 더욱 기대가 됐었다.

-지난 2020년, 에우로파 갈란테와 함께 한국을 찾아 비발디 오페라 '아르지포'를 콘서트 버전으로 연주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어 정말 안타까웠다. 오랜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 소감은.

△"내한할 때마다 열정적으로 맞아 주는 관객 덕분에 한국에서의 공연은 언제나 큰 기대를 가지고 임한다. '아르지포' 한국 공연이 코로나 때문에 무산됐을 때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코로나 기간 동안 어떻게 지냈나.

△"팬데믹으로 인해 음악계가 굉장히 '조용한' 세월을 보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주 '조용히만' 보내지는 않았다. 한가한 시기를 이용해 여러 음반 녹음도 진행하고,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준비하며 시간을 보냈다. 영적인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한국은 당대음악을 즐기는 음악 애호가가 많지 않다. 그런데, 혹시 알고 있나? 에우로파 갈란테의 인기는 어마어마하다.

△"장르에 대한 선호도가 있을 수는 있지만 좋은 음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를 하나로 이어준다. 한국의 관객은 어떤 음악의 직관적인 흥과 영감을 잘 이해한다. 그래서인지 한국 관객과 소통할 때에는 다른 나라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강한 커넥션이 느껴지곤 한다. 바로크의 역사가 긴 나라들보다도 더 강렬한 뜨거움이 공연장에서 느껴지기 때문에 연주자들에게 많은 힘이 된다."

-예상했던 비발디의 오페라 '아르지포'가 아니라 '사계'로 한국을 찾는다. 이곡을 선택한 이유는.

△"정말 오랜만에 아시아에서 비발디 '사계'를 선보인 것이다. 우리 앙상블의 근간이 되는 곡인데, 코로나 이후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인가. 대중친화적인 레퍼토리를 여럿 배치했다.

△"누구나 아는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로 오랜만에 관객과 '인사'를 하고 싶었다. 그러고 나서 하이든의 디베르티멘토 D장조같이 평소 흔히 접할 수 없는 곡을 한국 관객에게 소개하고자 했다. 마지막 비발디 '사계'는 흔히 자연의 계절과 섭리에 대한 곡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비발디도 이 곡을 당시의 정치·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해 그렇게 썼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 곡을 좀 다르게 본다. '사계'가 보여주는 것은 인간의 '감정'이다. 사랑, 슬픔, 두려움…. 그래서 이 곡을 들으면서 모두가 그 감정에 몰입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고집'으로 낳은 고음악

-비발디 오페라 '아르지포' 음반(OP7079)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이 오페라는 한번 연주되고 전설로만 남아 있었는데, 2008년 체코에서 악보를 발견했다. 언제부터 이 오페라를 연주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건가.

△"지속적으로 비발디의 오페라들을 연주하고 음반도 녹음해왔다. 비발디라고 하면 순결하고 고결한 이미지의 음악이 떠오르는데, 오페라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비발디의 후기 작품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 작품이 체코에서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흥미로운 작품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발디의 작품을 전문적으로 다뤄왔기에 이곡을 필수적으로 탐구해야만 했고, 에우로파 갈란테만의 해석으로 세상에 내놓아야만 했다. 비발디의 또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오페라여서 흥분하면서 작업했던 기억이 있다."

-지난여름, 밀라노 작곡가 카를로 몬자(1735~ 1801)의 현악 4중주 작품을 녹음한 음반(V7541)을 발매했다. 악보를 구하기까지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던 걸로 들었는데.

△"역사적으로 중요성을 띠지만 우리의 눈과 귀에서 사라진 작곡가들의 작품을 발굴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곡은 우연히 발견했다. 이탈리아의 모차르트 페스티벌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던 중, 당시 밀라노의 성에서 쓰인 음악적인 특징, 특히 14세의 모차르트가 밀라노에 진입하기 위해 그들의 음악적 성향에 부합했어야 하는 배경들을 조사하던 중, 보로메아 섬의 개인 도서관 카탈로그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이 스코어(악보)를 보도록 허락해 주지 않았다. 난관에 부딪혀 수소문을 하다가 파리의 국립 도서관에 자료들을 발견하고 복원을 시작했다. 스코어의 복원은 언제나 어렵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봐도 어느 지점에 그 음이 존재하는지 찾기 어려울 때가 있고, 악상기호의 복원은 이 작곡가의 독특한 성향을 연구해야지만 지금의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악상기호로 '번역'이 가능하다. 고생이 있었지만, 18세기 음악의 중심축에 있었던 밀라노의 카를로 몬자라는 위대한 작곡가의 작품을 복원하여 알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

-작년에는 여러 성악가와 함께 베르디 오페라 '해적' 실황 음반(NIFCCD08708)을 발매했다. 베르디 초기작인 만큼, 당시 오페라 오케스트라가 어떤 소리를 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을 것이다.

△"이 오페라는 실은 베르디가 '버린' 작품에 가깝다. 당시 베르디가 갑자기 인기를 얻으면서 여러 일에 쫓기면서 쓴 작품이기도 하고, 출판업자와도 문제가 있어서 초연에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니 정말 버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베르디의 초기작을 보면, 후기작만큼 엄청난 사운드가 압도하는, 어찌 보면 낭만시대에 가까운 작품들 같다. 오히려 로시니나 도니체티 같은 작곡가들의 연장선상에 놓고 봐야 한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아니고, '벨칸토' 또는 '고전적인' 사운드가 통용되던 시기다. 당대 음악적 사운드를 중심으로 이 곡을 지휘하고자 했다."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음악 프로젝트가 있다면.

△"내년에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투어를 할 예정이 있어 매우 긴장되고 기대된다. 모든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이고 '산'인 이 작품에 도전할 생각에 설렌다."

글 / 월간= 장혜선기자·사진= 아트센터 인천

출처:https://v.daum.net/v/2022112418252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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