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영화 '동네사람들'(감독 임진순)은 이렇게 요약된다. 외지에서 부임한 선생님이 여고생과 의기투합해 사라진 소녀를 찾는다. 이 동네, 이상하다.
흥미를 끄는 한 가지는 그 선생님이 바로 마동석이라는 점이다. 우락부락한 근육질 선생님과 가녀린 여고생의 오묘한 케미스트리, 우직한 주먹으로 선사하는 통쾌한 응징. '동네사람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기대에서 더 나아가지도 않는다.
갈 곳 없어진 권투선수 출신 기철(마동석 분)은 지방 소도시 사립 여고의 학생주임으로 부임한다. 그의 주 업무는 학생 단속보다 밀린 공납금 독촉. 어색하게 여고생 사이를 비집고 다니던 기철의 눈에 사라진 친구 수연(신세휘 분)을 찾아다니는 학생 유진(김새론 분)이 들어온다. 어쩔 수 없이 일에 낀 기철이 척 보기에도 수상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군수 선거를 앞둔 이 동네는 경찰이고 선생이고 사라진 아이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결국 기철이 나설 수밖에. 그러던 중 유진에게도 어두운 그림자가 덮쳐 온다.
'동네사람들'은 익숙한 구도를 따른다. 이미 한 몸을 이룬 경찰, 권력, 조폭은 여고생 실종 사건을 덮는 데만 급급하다. 아이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지만 음습한 기운이 가득한 미술교사(이상엽 분), 1순위 군수 후보인 학교 이사장(장광 분), 온갖 일에 얽혀있는 조폭(진선규 분)까지, 의심스런 인물들 또한 기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는 여기에 몇 번의 반전을 더하고, 무관심 속에 피어난 소녀와 소녀의 우정, '덩어리' 선생님과 소녀의 연대를 얹는다. 하지만 김새론의 열연마저 크게 다가오지 않을 만큼 두드러지지 않는다. 추악한 커넥션, 세상의 무관심을 반영한다지만 뻔한 데다 '이게 말이 되나' 싶은 상황들이 이어지는 탓이 크다. 전개도 결말도 헐겁다.
역시 영화의 매력은 마동석인데, 겁 없는 여고생들 앞에서 한껏 오그라든 덩어리 선생님에서 시작해 불의를 향해 강펀치를 날리는 해결사로 자연스럽게 변해간다. 그는 익숙한 이미지를 충실하게 재현하는 한편 관객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한다. 작위적인 악역들 사이에 유일하게 상식적인 어른의 역할을 해내는 탓이다. 그의 앞에 놓인 문은 여는 게 아니라 부수는 것. 마동석의 주먹은 여전히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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