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지원 기관이나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기관이라는 오명을 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새 수장을 맞았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의 문화예술계 불랙리스트 사태 대응을 위한 문화예술인 기자회견'에서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 관계자들이 이명박 정부시절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대책위의 공식 입장을 전달하고, 이에 대한 법률적 대응 및 구체적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17.09.26. park7691@newsis.com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가 27일 자로 부임하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 지원의 공정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술위는 한해 2000억원 가량의 문화예술 지원기금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황 신임 위원장은 "무엇보다 지원을 하는데 공정성에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미 정권이 새로 바뀌면서 빼앗겼던 무대에는 봄이 오고 있다.
오는 12월8일부터 108일 동안 순차적으로 관객들과 만나는 예술위의 '2017 공연예술 창작산실' 선정작 22개 작품 목록에는 하땅세, 백수광부, 놀땅 등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극단들이 대거 포함됐다.
뮤지컬 '레드북',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그간 수작들을 선보이며 주목 받은 창작산실은 2015년 극단 골목길 박근형 연출의 작품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블랙리스트로 창작산실 우수 공연작품 제작 지원 사업에서 배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얼룩졌다.
하지만 올해 장르별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단 평가와 함께 관객평가단의 점수를 반영하는 등 공정성과 동시에 대중성까지 꾀하면서 명예 회복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2012년 대선 때 학교 동창인 당시 문재인 후보의 찬조 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박근혜정부에서 블랙리스트로 낙인 찍힌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오페라 '꽃을 바치는 시간'은 예술위의 '오페라창작산실 17-18 오페라창작활동발굴지원' 1·2차 심의를 통과해 2000만원의 지원을 받는다.
2015년 '아르코 문화창작기금 희곡 분야'에서 100점 만점으로 1위에 오른 뒤에 당시 정부의 압력으로 최종 탈락했던 작품이다.
이와 함께 '특성화극장 지원 사업' '공연장 대관료 지원' '우수문예지 발간 지원' 등 지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로 인해 지원을 중단했던 사업들이 복원된 상황이다.
우수문예지 발간 지원 사업 복구와 함께 문학계에서도 생기가 다시 돌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중간발표를 통해 한국문학번역원으로부터 해외 초청 사업에서 배제된 것이 확인된 김애란 작가가 최근 이스탄불국제도서전에 참가하는 등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작가들의 지원도 재개되고 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공연 지원 사업인 '2017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기자 간담회에서 오태석 연출가가 작품 소개를 하고 있다.창작산실에 선정된 이번 작품들은 12월 8일을 시작으로 108일간의 대장정을 거쳐 2018년 3월 25일 연극 '모래시계'까지 공연된다.2008년 시작해 올해로 10년을 맞이한 '공연예술 창작산실'은 대본 및 기획단계부터 무대화에 대한 쇼케이스 심사를 거쳐 본 공연을 최종 선정하여 선보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사업이다. 2017.11.09. photocdj@newsis.com
지난해 역시 블랙리스트 논란에 휩싸였던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의 세종도서 선정목록 지난 7월 발표를 보면, 세월호 참사와 윤이상 관련 책 등 박근혜 정부에서 금기로 통하던 서적들이 대거 포함되기도 했다.
문체부의 내년 예산액은 총 5조1730억원 규모. 복지금고와 블랙리스트로 삭제된 예산 복원 그리고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활동을 위한 예산 등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실체 규명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자유한국당 교문위 의원들은 당론을 강조하며 블랙리스트조사위 예산(약 1억7000만원)을 빌미로 문체부 전체 예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화예술계는 블랙리스트는 반드시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황 위원장 역시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는 과거의 일들과 실체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문화예술계 지원과 관련 가장 큰 화두는 지원기관의 독립성, 투명성, 공정성의 강화다.
특히 문화예술진흥기금에 대한 관심이 크다.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사업의 뿌리로 문화예술 분야 창작 지원을 위해 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등의 입장료에 일정액을 부과하던 기금 모금 방식이다. 하지만 2003년 위헌 판결을 받은 뒤 2004년 5273억원에 달하던 문예기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문체부는 문예진흥기금의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해 국고에서 5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문화계 관계자는 "문예진흥기금의 재원 확충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해야 하는 시스템은 정권에 따라 지원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면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문재인 정부의 원칙을 계속 확인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