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홍주는 계명대 서예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예술학석사, 문학석사,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5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단체전에 100여회 참여했다. 경북도미술대전 대상, 동아미술제 문인화부문 대상,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부문 우수상, 대구시미술대전 최우수상 등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국립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교육청 등에 소장돼 있다. 현재 <사>대구경북서예가협회 이사장, 한국서화평생교육원 원장 등으로 있으며 서울대 미술대학, 서울 남산도서관 등에 출강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진화(進化)’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사전적 의미는 일이나 사물 따위가 점점 발달해 가는 것이지만 학창시절 다윈의 진화론을 수없이 들어왔던 나에게는 지구상의 생물이 살아가면서 환경에 적응하고 발전해가는 과정이자 인간이 발전해온 과정으로 각인돼 있습니다. 그래서 진화는 곧 발전을 의미하며 긍정적 의미로 느껴지지요.

문인화가이자 서예가인 사공홍주를 보면 문득 ‘진화’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한국의 전통화라고 할 수 있는 문인화를 그리는 그가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문인화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몸부림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1985년 처음 서실을 개원하면서 본격적인 작가활동을 해온 그의 작업과정은 늘 변화 위에 서있었습니다. 8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0여년은 다른 사람이 시도하지 않았던 재료나 표현기법을 써서 그만의 작품을 만들고자 했지요. 하지만 2000년 이후 그의 작품에 큰 변화가 옵니다. 재료나 표현기법에서 벗어나 무엇을 작품으로 그릴 것인가, 즉 작품의 내용에 몰두했습니다. 그래서 중심주제를 정해놓고 그 주제를 그림으로 형상화했습니다.

그러던 그가 2010년대 초반부터 또다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여러 방면의 공부를 했습니다. 서예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은 것은 물론 동양철학으로 문학석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처럼 이론을 탄탄히 다져오면서도 10여 차례의 개인전을 통해 실기에서도 큰 내공을 만들어온 그는 그동안의 활동을 바탕으로 5천년 동양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주역’을 그림으로 형상화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서예와 문인화만 배운 것이 아니라 동양철학까지 깊이 있게 공부했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입니다.

주역(周易)은 유교 경전으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인 동시에 가장 난해한 글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자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 받들고 주희가 ‘역경(易經)’이라 이름해 숭상한 이래로 주역은 오경의 으뜸으로 손꼽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주역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것은 많았지만 이를 그림으로 그린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의미를 가집니다. 윤리도덕적 측면에서 주역에 접근한 의리역, 숫자로 푼 수역, 모양으로 푼 상역, 점으로 풀이하는 점서역 등이 있는데 그는 그림으로 주역에 다가서는 화역을 시도한 것이지요.

그는 “10년 넘게 무엇을 그릴 것인가에 몰두해 작품 속에 내용을 담는 것에 충실했는데 어느 순간 그 내용이 나만 아는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었다. 그래서 잘 알려져 있고 우주만물의 원리를 담은 주역을 내용으로 삼기로 했다”며 “주역은 세계에 대한 기본적 이해방식에서 자연철학으로, 다시 도덕철학으로 발전해온 동양 최고의 경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주역의 64괘를 그림으로 형상화했는데 모든 사람이 염원하는 좋은 기운을 작품에 담아내려 했습니다. 신작들을 들고 그는 지난해와 올해 서울에서 잇따라 개인전을 열어 호평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그에게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화업 40년이 되는 해이자 회갑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붓을 든다고 합니다. 그동안의 삶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데 작품세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역에 대한 작업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자 그는 최근 아주 큰 붓을 사용해 대작 중심으로 작업을 하고 있답니다. ‘천화동인(天火同人)’ 역시 가로 65㎝, 세로 110㎝에 이르는 대작입니다. 작품의 내용은 어두운 밤길에 등불을 얻은 것 같이 다른 사람과 뜻을 같이 한다는 의미로,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이 되는 가장 이상적인 집단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바람이 스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