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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화가’ 김창열(87) 화백이 처음 물방울 그림을 선보인 것은 1972년 파리 살롱 드 메의 전시에 출품한 ‘밤의 사건’이라는 작품에서였다. 당시 그가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린 물방울은 깜깜한 밤하늘에 영롱하게 반짝이는 단 하나의 물방울이었다.
이후 그는 줄기차게 물방울 그림을 그려왔다. 한 개의 물방울이 흩뿌린 듯 수많은 물방울로 변모했고, 캔버스 대신 마대가 동원되기도 했으며, 천자문이 쓰인 바탕에 물방울이 놓이기도 했다. 그리고 구순을 눈앞에 둔 지금도 그의 작업실에는 다양한 크기의 수많은 물방울이 점점이 맺혀 있는 대형 캔버스들이 그득 들어차 있다. 그래서 그를 만나자마자 제일 묻고 싶었던 말은 ‘어떻게 그처럼 싫증 내지 않고 50년 가까이 계속 물방울 그림을 그릴 수 있느냐’였다. 또 ‘이제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에게 물방울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였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언덕의 작업실을 겸한 그의 자택에는 소슬한 기운을 머금은 가을 햇살이 맑고 청명한 하늘로부터 고르게 내리비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 화백은 프랑스에 있는 작업실과 평창의 자택을 오가며 작업을 했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장거리 여행의 어려움 때문에 아예 평창동에 머무르며 작업을 하고 있다. 김 화백과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최근 문을 연 제주의 ‘김창열 미술관’에 대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작업실에서 손님을 맞는 김 화백은 백발에 산할아버지를 연상시키는 흰 수염까지 수북해 마치 도인 같았다. 노환으로 말투도 어눌하고, 거동도 편해 보이지 않았지만 속세를 초월한 듯한 선한 눈매가 방문객에게 편안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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