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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돌아온 고향 통영서 꽃피운 글쓰기 [출장 편집국]
등록 : 2026-08-14 17:00
■지역 문화공동체와 함께하는 출장 편집국
(2) 통영에서 만난 사람 - 소설가 강정아

초등학교 1학년 때 부산 이사
중학생 때까지 글짓기 대회 참가

졸업 후 직장 생활·민박 운영
부산·제주 거쳐 2020년 귀향

식당 운영하다 지난해 그만둬
하루 10시간 집필 속 등단·수상

경남도민일보는 올해 도내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지역 문화공동체와 함께하는 출장 편집국'을 진행합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지역공동체활성화프로젝트' 사업 지원을 받은 일종의 체류형 지역 기록 프로젝트입니다. 본사 기자들, 다른 지역 예술인들이 일정 기간 그 지역에 머무르면서 지역 문화 예술인들을 만나고, 문화 공간을 찾아보며 서로를 연결하고 기록하는 활동입니다. 통영이 첫 지역으로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됐습니다.

"어? 그분이 소설가였군!!"

통영시 봉평동 봉숫골에서 마니아층을 거느렸던 식당 '빌레트의 부엌'. 2020년인가 봉숫골에 한창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들어서고 젊은 사람들이 찾기 시작할 무렵 이 식당을 처음 찾았었다. 낮술 메뉴가 따로 있고, 혼술을 권장하는 게 인상 깊었다. 내부에 술도가를 두고 직접 술도 만들고 있었다. 무엇보다 2층 창가에서 바라본 봉숫골 풍경이 참 좋았었다. 빌레트의 부엌은 지난해 문을 닫았다.

소설가 강정아(55)가 바로 이 식당의 주인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드러나 있지 않으면서도 자기만의 작업을 진지하게 계속하고 있는 예술가'로 그를 소개받았다. 본격적으로 작품을 발표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신춘문예 당선과 현진건문학상 수상으로 단번에 실력을 인정 받은 작가다.
통영에서 만난 강정아 소설가. /이서후 기자
통영에서 만난 강정아 소설가. /이서후 기자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통영

강정아는 1971년 통영에서 태어났다. 봉평동 통영고등학교 근처에 집이 있었다. 기관사였던 아버지가 부산 회사에 취직하면서 가족이 모두 부산 영도로 이주했는데, 작가 혼자 외할머니 손에 남겨졌다.

"외할머니랑 봉평동에 살았는데, 편지 같은 거 쓰면 주소 옆 괄호 안에 '통고(통영고) 옆'이라고 적었던 기억이 있어요. 진남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몇 달 다녔을 때, 어느 날 아버지가 오셔서 이제 부산으로 가야 한다고, 전학 간다고, 그렇게 데려가서 가족이랑 같이 살기 시작했죠."

통영에서 보낸 어린 시절 중 특히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진남초등학교 바로 앞, 통영운하 위로 당동과 미수동을 이어주는 충무교에서의 추억이다.

"충무교 위에 서서 지나가는 차에 손 흔들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어요. 왜 그런 걸 했는지도 몰라요. 꼭 손을 마주 흔들어주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러면 신나서 소리 지르고 팔짝팔짝 뛰고, 손 흔들어주는 사람이 어제보다 더 많으면 더 기분 좋고 그랬죠."

학교 가는 길가에 양쪽으로 코스모스가 굉장히 많았던 풍경도 통영과 연결된 따뜻한 기억이다.

이런 기억은 학창 시절과 젊은 날을 부산에서 보낸 그가 늘 품었던 '통영을 향한 그리움의 기원'이라고 생각한다. 2020년 40년 만에 돌아온 통영이 마치 자신을 기다린 것 같은 정다운 기분이 든 것도 어쩌면 이런 기억 덕분이었을 테다. 여기에 옛날 살던 집과 그 주변 풍경이 바뀌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통영에서 만난 강정아 소설가. /이서후 기자

쓰는 사람

더러 글쓰기에서 멀어지기도 했지만, 그런 때라도 그는 늘 글을 쓴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중학교 때까지 그는 학교를 대표하던 '글짓기 선수'였다. 고등학교 때 사춘기로 접어들며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늘 한구석에 있었지만, 글로 먹고사는 일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생각이 더 커졌다. 문학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부산대학교 지질학과(현재 지질환경과학과)에 입학한 그는 스스로 '암흑기'라 부르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늘 신경이 날카롭고 '20살까지만 살고 싶다' 같은 우울한 감정에 자주 휩싸이곤 했다. 말수도 극히 줄어 말 못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는 학과 친구가 있을 정도였다.

이런 상황은 그를 오히려 글쓰기로 더 몰아넣었다. 글은 어떻게든 쓸 수 있는 것이었다. 그는 나름으로 열심히 소설을 썼다. 하지만, 스스로 어떤 동력을 찾지 못했기에 계속하는 게 쉽지 않았다.

"대학 때는 너무 문학에 관한 진지하고 장엄한 생각에 빠져 있었던 것 같아요. 작품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유명 작가나 평론가의 지지를 받아서 등단하고 그렇게 계속 글을 쓰고 하는 건 싫었거든요. 글쓰는 일 자체를 직업으로 삼는다는 생각 자체를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틈틈이 글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오늘의 문예비평>이라는 문학 잡지에 편집장을 하면서 문학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잡지는 1991년 부산의 젊은 문학평론가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창간한 계간 문예지다.

"당시에는 마치 선생님이 학생한테 하듯 꾸짖고, 지적하고 하는 문학 비평 문화를 싫어했어요. 그런 건 작품 해석이 아니라 그냥 품평이었죠. 그래서 내가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론 공부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는 국문학보다는 철학 쪽에 관심을 뒀다. 고전 철학보다는 현대 철학 쪽이 더 공부를 해보고 싶어서 부산대 대학원 사회학과에 들어갔다. 석사 졸업 후 우연한 기회에 대학 본부에서 일하게 됐고, 그렇게 한 10년 정도 직장 생활을 했다.
강정아 소설가가 40년 만에 고향 통영으로 돌아와 봉숫골에서 운영했던 식당 '빌레트의 부엌'. /이서후 기자
강정아 소설가가 40년 만에 고향 통영으로 돌아와 봉숫골에서 운영했던 식당 '빌레트의 부엌' 2층 풍경. /이서후 기자

제주에서 통영으로

자유롭고 예민한 영혼을 지닌 그에게 직장 생활은 야금야금 상처를 입혔다. 그렇게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마흔 살에 훌쩍 제주도로 건너가 제주시 구좌읍에서 8년 동안 민박을 운영한다. 걷기 열풍이 한창이었고, 저가 항공사 경쟁이 치열하던 때라 실속 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30대 직장인들이 그의 민박집을 많이 찾았다. 그는 제주도에서 여생을 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제주도 생활은 생각보다 심심하고 외로웠다. 제주 생활 7~8년 차, 민박 인기가 사그러들고, '스테이'류의 독채 숙소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에는 벅찬 나이가 됐고, 인생은 아직도 30년도 더 남았다.

"제주도가 주는 어떤 고독함 같은 게 있어요. '뭔가 굉장히 멀리 떨어져서 살고 있어' 이런 기분. 그 섬에서 계속 사는 게 자신이 없었죠."

민박을 접은 그는 제주도에서 2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글을 썼다. 계속 수익이 없으면 안 되니, 돈 벌 궁리를 해야 했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가 통영이 그나마 덜 낯선 곳이고 자신을 가장 끌어당기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강정아는 40년 만에 통영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혼자였지만, 통영에서는 고독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통영에서 그가 선택한 밥벌이는 식당이다. 그것도 술도가를 함께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제주도에서 취미로 약주 빚는 방법을 배웠다. 제주 집 근처에 국세청에서 운영하는 주류면허지원센터가 있었다. 그곳에서 교육을 받으며 주류 면허도 땄다. 강정아는 2020년 통영 봉숫골에 '빌레트의 부엌'과 '정도악 도가'를 연다. 나름 단골이 많이 생겼지만, 식당 운영은 민박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특히 육체적인 고단함이 컸다.

결국, 지난해 식당을 접은 그는 지금은 하루 10시간씩 글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강정아 소설가의 장편 <책방, 나라사랑> 표지. /갈무리
제17회 현진건문학상 수상작으로 뽑힘 강정아 소설가의 단편 '짬뽕'이 실린 <2025 제17회 현진건문학상 작품집> 표지. /갈무리

다시, 글쓰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작가 지망생으로 글을 썼지만, 이제 상황이 전혀 다르다. 소설을 출간했고, 54세에 등단 작가가 됐으며, 문학상도 받았다.

2024년 첫 장편소설 <책방, 나라사랑>을 발표했다. 민박을 접고 2년간 몰두해 쓴 것으로, 2020년 한겨레문학상 최종심까지 올랐었다. 이 소설은 지난해 제21회 경남독서한마당 독서공모전에 선정됐다. 경상남도교육청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매년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 청소년, 일반으로 나눠 올해 꼭 읽어야 할 책을 추천하는데, 강정아의 책도 포함됐다.

소설을 출간한 후 작가는 다시 힘을 내 쓰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 단편 '모르는 사람'으로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됐고, 바로 이어 11월에는 단편 '짬뽕'이 제17회 현진건문학상을 받았다. 현진건문학상 심사위원회는 그의 소설을 두고 "절제된 문장으로 빚어내는 인물의 내면과 삶의 정체성을 꿰뚫는 시선의 깊이가 남다른 작품"이라고 평했다.

그는 아직도 자신을 무명 작가라고 생각한다. 문학상 수상 후 교만해지려는 스스로를 다스리는 마음이 큰 까닭도 있다.

"현진건문학상을 계기로 오롯이 글쓰기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아직은 작가 지망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고유한 거느리는 작가가 되려면 또다시 30년이 걸릴 수도 있죠. 늘 지금보다 더 잘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출처:https://v.daum.net/v/202608041835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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