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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로 읽는 경기도③] 경기도의 얼굴, 전곡리 주먹도끼
등록 : 2026-07-08 13:11
전곡리 유적에서 발굴된 초대형 주먹찌르개. 사진=전곡선사박물관

경기도를 대표하는 유적은 어디일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전곡리 구석기유적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경기도를 대표하는 유물은 무엇일까? 단연 전곡리 주먹도끼다. 전곡리 유적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경기도의 대표 유적이며, 전곡리 주먹도끼는 경기도를 상징하는 대표 문화유산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바탕으로 경기도는 유적 현장에 세계적인 수준의 도립박물관인 전곡선사박물관을 건립했다. 2011년 개관했으니 어느덧 15년의 시간이 흘렀다.

최근 전곡선사박물관이 공개한 초대형 주먹찌르개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길이 42㎝, 무게 약 10㎏. 사람의 팔뚝만 한 이 거대한 석기는 단순히 '세계 최대급 구석기 유물'이라는 기록 때문에 주목받는 것이 아니다. 이 석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훨씬 깊다. 약 30만 년 전 한반도에 살았던 고인류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며 이처럼 거대한 돌도구를 만들었을까.

이 유물은 경기도 연천 전곡리 85-12번지 유적의 가장 아래층에서 발견됐다. 약 50만 년 전 형성된 현무암 대지 위에 퇴적된 황색사질점토층에서 출토된 것으로, 연대와 출토 맥락이 비교적 명확하게 확인되는 매우 귀중한 자료다. 고고학에서 유물 자체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출토 맥락이다. 아무리 뛰어난 유물이라도 언제, 어디에서 발견되었는지를 알 수 없다면 학술적 가치는 크게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발견은 전곡리 유적의 형성과 고인류의 활동 시기를 이해하는 중요한 학술적 기준점을 제공한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석기의 압도적인 크기다. 일반적인 주먹도끼나 양면석기보다 훨씬 크고 무겁다. 과연 실제 사용을 위한 도구였을까, 아니면 특별한 목적을 지닌 상징적 물건이었을까. 일부 연구자들은 집단 내 위세를 드러내거나 상징적 의미를 담은 도구였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다. 우선은 가죽을 벗기거나 고기를 해체하는 기능적 도구였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그 크기와 제작 방식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풀어야 할 새로운 연구 과제를 던져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최근 방영된 KBS '역사스페셜-시간여행자'의 '초대형 석기' 편 역시 이러한 궁금증을 대중과 함께 나눴다. 방송은 이 거대한 석기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왜 필요했는지를 추적하면서 구석기 인류를 단순히 생존만을 위해 살아간 존재가 아니라 창의성과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인간으로 조명했다. 우리가 흔히 '원시적'이라고 생각했던 고인류가 사실은 상당한 계획성과 숙련된 석기제작기술을 갖추고 있었음을 보여준 것이다.

전곡리 유적은 이미 1978년 아슐리안형 주먹도끼의 발견으로 세계 고고학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당시의 발견은 '동아시아에는 주먹도끼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오랜 학설을 뒤집은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50여 년이 지난 지금, 초대형 주먹찌르개의 발견은 또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류는 언제부터 단순한 생존을 넘어 특별한 의미를 담은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을까.

어쩌면 이 거대한 석기는 정답보다 질문을 남기는 유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고학의 매력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된다. 수십만 년 전 누군가의 손에서 만들어진 돌 하나가 오늘날 우리에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고 있기 때문이다. 전곡리의 초대형 주먹찌르개는 단순한 돌이 아니라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거대한 시간의 메시지인 셈이다.

이 초대형 주먹찌르개는 이제 경기도를 대표하는 유물인 전곡리 주먹도끼에 또 하나의 새로운 가치를 더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 구석기 유물 역시 그에 걸맞은 새로운 평가를 받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홋카이도 시라다키 유적에서 출토된 후기 구석기시대 흑요석 석기들을 국보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구석기 유물이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사례가 없다. '돌'이라는 재료가 주는 일상적인 이미지가 그 문화재적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전곡리 85-12번지 유적에서 출토된 초대형 주먹찌르개를 비롯해 50여 점이 넘는 주먹도끼들은 경기도는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구석기 유물로서 그 중요성을 이미 인정받고 있다. 유적은 잘 보존돼 있고, 세계적인 수준의 도립박물관도 건립됐다. 매년 수십만 명이 찾는 연천 구석기축제는 어느덧 33회를 맞이했다. 문화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기북부에서 전곡리 유적과 주먹도끼는 지역 문화의 중심축이자 소금과 같은 존재가 돼 왔다.

이제는 전곡리 주먹도끼의 중요성과 가치를 경기도가 앞장서 더욱 널리 알려야 할 때다. 마침 연천군은 전곡리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다시 추진하고 있으며, 2029년 세계구석기엑스포 개최도 준비하고 있다. 지역의 문화상징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시대에 이미 세계적인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전곡리 주먹도끼야말로 경기도의 가장 강력한 문화자산이자 문화상징이다. 경기도는 세계적인 구석기 유물인 전곡리 주먹도끼를 품고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 가치에 걸맞은 제도적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 새롭게 출범하는 민선 9기 경기도가 전곡리 주먹도끼를 경기도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일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 더 나아가 국보 지정까지로 이어지는 노력도 꾸준히 계속되기를 바란다.

전곡리 주먹도끼는 단순한 구석기 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경기도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이며, 우리나라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인류 공통의 문화유산이다. 전곡리의 주먹도끼가 명실상부한 경기도의 대표 문화상징으로 자리매김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

출처:https://v.daum.net/v/20260708091225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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