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나 예술 속에서 여성은 종종 누군가의 아내나 뮤즈라는 수식어 뒤에 가려지곤 했습니다. 서울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렘피카'는 다릅니다.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당당히 캔버스에 펼쳐낸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와 그의 영혼을 깨운 뮤즈 '라파엘라' 이 두 여성이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에너지는 지금 공연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화두입니다.
한국 초연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이 작품이 이토록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주연 배우 6인이 완성해 낸 '3인 3색'의 입체적인 서사 덕분입니다.
■ 시대의 편견에 맞선 아르데코의 여왕, 3명의 타마라 타이틀롤인 '타마라'를 맡은 배우들은 생존을 넘어 예술적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각기 다른 결로 그려내며 관객들을 매료시킵니다.
김선영의 타마라 |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온 베테랑답게 묵직한 아우라로 극의 중심을 잡습니다. 그녀가 그려내는 타마라는 처절한 생존 투쟁마저 거대한 예술적 여정으로 승화시키는 강인함 그 자체입니다.
박혜나의 타마라 | 부드러운 음색 속에 숨겨진 단단한 강단이 돋보입니다. 폭넓은 성량으로 인물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편견에 맞서 싸우는 예술가의 고뇌를 입체적으로 완성했습니다.
정선아의 타마라 | 사랑과 예술 사이에서 고뇌하는 심리를 미세한 표정 연기로 밀도 있게 표현합니다. 자유를 갈망하는 화려한 여제의 모습부터 복잡한 내면까지 매 순간 관객들을 숨죽이게 합니다.
■ 영감을 깨우는 치명적인 뮤즈, 3명의 라파엘라 타마라의 삶을 뒤흔들며 강렬한 영감을 불어넣는 '라파엘라' 역시 세 배우의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으로 살아 숨 쉽니다.
차지연의 라파엘라 |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 뒤에 숨겨진 고독과 상처를 깊이 있는 연기 내공으로 풀어내며, 거칠면서도 고혹적인 라파엘라를 완성했습니다.
린아의 라파엘라 | 부드러움 속에 감춰진 세련된 관능미가 빛을 발합니다. 렘피카의 인생을 뒤흔든 운명적인 사랑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객석을 사로잡습니다.
손승연의 라파엘라 | 파워풀한 보이스와 역동적인 에너지가 단연 독보적입니다. 작품 특유의 팝 록 사운드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극에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더합니다.
■ 눈과 귀를 사로잡는 강렬한 비트, 그리고 연대의 힘 2024년 제77회 토니 어워즈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이미 브로드웨이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렘피카'는 클래식과 현대적인 팝·록을 넘나드는 세련된 넘버로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합니다. 여기에 김호영, 조형균, 김우형, 최정원 등 대한민국 최정상급 배우들이 힘을 보태며 무대의 완성도를 정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단순한 남녀의 로맨스를 넘어, 거친 시대 속에서 서로의 예술과 삶을 구원한 두 여성의 강렬한 연대. 뮤지컬 '렘피카'의 한국 초연은 오는 20일까지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