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주역(周易) 읽기 

이번에는 『주역』의 64괘 가운데 다섯 번째 순서에 있으며, 하늘의 은택을 기다리는 마음 자세, 위치, 방법의 지혜를 설명하는 수천수괘(水天需卦)와 그것을 형상화한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수(需)의 사전적 의미는 ‘구하다’, ‘바라다’, ‘기다리다’ 등이 있는데, 여기서는 주로 기다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괘상은 하늘 위에 물이 있는 형상이며, 공자는 이 물을 구름이라고 하였다. 구름이 아래의 땅으로 떨어지면 비가 되는데, 비는 만물을 생장시키고 윤택하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주역』에서 비는 하늘이 땅에 내리는 은택이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그런데 수천수괘는 아직은 비가 내리지 않고, 다만 하늘 위에 구름이 머무르고 있는 때이므로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공자는 실천적인 덕목을 말하는 『상사』에서 “음식을 먹고 잔치를 열어 즐기라”고 하였다. 『주역』에서 음식이나 물, 술 등을 먹고 마시는 것은 모두 성인지도(聖人之道)를 의미하며, 성인지도는 군자가 살아가는 인격적인 영양소를 말한다. 따라서 이 말은 군자의 인격적인 영양소인 성인지도를 공부하면서 즐거운 마음 자세로 하늘의 은택을 기다려야 한다는 기다림의 지혜를 설명하는 것이다.

수천수(水天需)

이 괘상(卦象)을 살펴보면 위에는 물(  )이 있고 아래에는 하늘(  )이 있는 모습이다. 곧 하늘 위에 물이 있는 형상이다. 기본적으로 물은 생명의 근원이 되고 만물을 윤택하게 만드는 하늘의 은택, 또는 험난함을 의미한다. 하늘은 강건함을 상징하며, 쉬지 않고 약동하는 기운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괘상은 하늘 위에 구름이 가득한 형상으로서 하늘의 은택인 비를 기다리는 군자의 지혜를 설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늘 위에 있는 물은 구름을 의미하는데 구름은 머지않아 비가 되어 땅으로 내리게 되므로 수는 하늘의 은택인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는 마음 자세, 위치, 방법의 지혜를 담고 있다. 괘사에서 “수(需)는 성실하게 기다리면 크게 형통하니 마음이 곧고 발라야 좋을 것이며, 큰 냇물을 건너는 것이 이롭다.”라고 하였다. 험난한 아래의 형상을 강건한 하늘이 떠받치고 있으니 외부의 험난함을 굳세고 강건한 믿음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지금은 험난함이 앞에 있으니 나아가지 말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내괘가 하늘[天]괘로 강하고 굳세어 형통하지만 외괘가 감수(坎水)괘로 험난함이 되니 바르게 함이 이롭다. 특히 괘의 여섯 효 가운데 구오 효는 양(陽)이 제자리를 얻었고, 험난함 속에서도 중정(中正)하기 때문에 믿음으로 바르게 지키면 형통하게 되니 큰일을 할 수 있는 주효(主爻)가 된다.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믿음이 없으면 서두르게 되고 서두르면 스스로 화를 자초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늘의 은택을 기다리는 마음 자세는 첫째가 성인지도에 대한 믿음이며, 다음은 성인지도를 공부하여 자각하고, 성인지도를 공경해야 한다. 괘의 실천적인 덕목에 대해 말하는 「상사(象辭)」에서 공자는 “구름이 하늘 위에 있는 것이 수(需)이니 군자는 이를 보고 자각하여 음식을 먹으며 잔치를 벌여 즐긴다."라고 하였다. 또한 이 수(需) 괘의 내면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호괘(互卦)는 화택규괘(火澤睽卦 )이다. 규괘의 외괘(外卦)는 이화(離火)로 이는 습한 기운이 하늘 위로 오르지만 불의 작용으로 인하여 비는 오지 않고 구름만 모이는 형상이다. 이러한 형상을 보고 군자는 자각하여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음을 아는 것이며, 삶의 인격적인 영양소인 성인지도를 익히고 즐거운 마음으로 중도를 지키고 정도를 행하는 마음 자세로 하늘의 은택을 기다리는 것이다.

작품의 구성

이 작품은 흰색 바탕에 검은색과 황금색을 사용하였다. 군자의 자리인 구이(九二) 효는 비록 자리는 바르지 않지만 중(中)을 얻은 자리로서 하괘의 중심 효가 되므로 가늘게 처리하면서도 오행으로 토(土)에 해당하고 만물을 태어나게 하고 길러 내는 어미의 역할을 하는 땅을 상징하는 황금색을 이용하여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하였고, 성인의 자리인 구오(九五) 효는 육효(六爻)의 기준이 되고 괘의 체(體)가 되는 자리이므로 굵고 강한 검은색으로 두텁고 둥글게 처리함으로써 강중(剛中)의 기운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또한 색의 활용에 있어서 구오 효와 구이 효는 서로 상응(相應)하는 자리이므로 검은색과 황금색으로 처리하여 대비의 효과를 나타내었고, 나머지 네 효는 화면의 크기를 넓게 구사하기 위해 바탕색과 같은 색으로 처리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효사가 드러나지 않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밖으로 돌출되게 함으로써 바탕색과 구별되도록 처리하였다. 이러한 표현 방법은 구이 효와 구오 효가 서로 상응하는 관계임을 강조하고, 또한 하괘의 중을 얻은 구이 효와 상괘의 중을 얻은 구오 효가 전체 괘효의 체가 되는 형태가 두드러지게 하려는 것이다. 특히 구오 효를 화면의 중심 위쪽에 배치하면서도 곧은 직선을 사용하지 않고 둥근 두 개의 원 모양을 하나로 붙여서 표현한 것은 하늘 위에 비구름이 둥글고 크게 뭉쳐있는 형상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것이며, 아울러 구오 효의 검고 굵은 획에서도 진한 부분과 연한 부분을 구분하여 처리한 표현 방법은 무겁고 둥근 형태 속에서도 겹겹이 쌓인 다양한 구름 모양의 형태를 간접적으로 묘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