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주역(周易) 읽기 14
이번에는 『주역』의 64괘 가운데 열세 번째로 하늘의 밝음을 펼쳐냄으로써 뜻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천화동인괘(天火同人卦)와 그것을 형상화한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천화동인( )은 천지와 만물,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소통이 막혀 있는 어려운 세상을 벗어나는 지혜와 그 이치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며, 내괘는 음이 양 속에 들어있는 태양의 밝음을 의미하고, 외괘는 모두 양으로만 구성된 하늘의 강건함을 의미한다. 또한 하늘에 있는 밝음으로 막혀있는 세상을 소통시키고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는 한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서 함께 극복해야 하는 것임을 설명하고 있다.
천화동인(天火同人)
『주역』의 순서에 대해 설명하는 「서괘전(序卦傳)」에서는 “사물은 끝내 막힐 수 없으므로 동인괘로 받았다.”라고 하였다. 만약 하늘과 땅이 서로 교합하지 못하면 막히게 되지만 상하가 서로 함께 하면 동인이 되니, 동인괘는 막힌다는 뜻의 비괘(否卦,)와는 상반된다. 그러므로 서로 연결이 된 것이다. 또 세상이 어렵고 막힐 때는 반드시 다른 사람과 함께 해야만 극복할 수 있으므로 이 때문에 동인괘가 비괘의 다음 순서가 된 것이다. 동인괘의 괘상을 보면 하늘을 의미하는 건( )이 위에 있고, 불을 의미하는 리( )가 아래에 있다. 이러한 상(象)에서 말하자면 하늘은 위에 있는 것인데, 불의 성질이 타 올라 가서 하늘과 함께 하기 때문에 동인이라 하였고, 외괘와 내괘를 두고 말하면 외괘의 구오효(九五爻)가 바르게 정위(正位)에 자리하여 하늘 괘[乾]의 주체가 되고, 내괘의 육이효(六二爻)가 바르게 자리하여 불 괘[離]의 주체가 되어 중정(中正)으로 서로 응해서 상하가 함께 하니 곧 동인의 뜻이 된다. 또 여섯 개의 효 가운데 오직 한 효만 음이 있어서 다섯 개의 양효가 모두 함께 하고자 하니 이 또한 동인의 뜻이다. 물론 다른 괘 중에도 한 개의 효만 음이 있는 것이 있으나, 동인괘의 경우에는 하괘의 육이효와 상괘의 구오효가 서로 응하고, 하늘과 불이 서로 함께하므로 그 뜻이 큰 것이다. 또한 실천적인 덕목으로 삼아야 하는 「상사(象辭)」에서는 “하늘과 불이 동인이니, 군자는 이 상(象)을 보고 깨달아서 무리를 모아서 뜻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분별한다.”라고 하였다.
동인괘는 『주역』 상경(上經)의 열세 번째 상이다. 괘사에서는 “들판에서 사람들과 함께 하면 형통할 것이니 큰 냇물을 건너는 것이 이로우며, 군자의 곧은 마음이 이롭다.”라고 하였다. 중국 송나라의 학자 정이(程頤)는 “들[野]은 광야를 말함이니, 멀다는 것과 바깥의 뜻을 동시에 취한 말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사람이 천하동인의 도리로써 하면 성현의 큰 공정한 마음이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은 사사로운 뜻에 합하는 것이니, 이것은 친하고 가까이하는 정(情)일 뿐이다. 그러므로 친하고 가까이하는 사사로운 정(情)으로 하지 않고 반드시 탁 트인 들판의 넓은 곳에서 하는 것이다. 이미 개인의 사사로운 바에 얽매이지 않으면 지극히 공정하고 크게 합일하여 먼 곳도 함께하지 않음이 없으니, 그 형통함을 알 수 있다. 천하와 더불어 하면 곧 천하가 모두 함께하는 것이니, 천하가 모두 함께한다면 어떤 험난함이나 막힘인들 극복하지 못하겠으며, 어떠한 어려움이나 위태로움인들 형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큰 강[大川]을 건너는 것이 이로운 것이다. 이처럼 ‘들판에서 사람들과 함께한다’고 말한 것은 다만 친하고 가까이함에 있지 않아야 함을 말함이고, ‘군자의 곧은 마음이 이롭다[利君子貞]’는 것은 다시 군자의 정도로써 하여야 함을 말한 것이니, 군자의 바름은 천하의 지극히 공정하고 크게 합일하는 도(道)를 말함이다. 그러므로 비록 천리나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도, 또한 천년 뒤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부절(符節)을 합한 것과 같이 일치하게 되며, 이것을 미루어서 실천하게 되면 사해(四海)의 넓음과 만백성이 함께하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소인은 오직 사사로운 마음에 따라 자신과 친한 자는 비록 옳지 않더라도 찬동하고, 자신이 미워하는 자는 비록 옳더라도 싫어한다. 이처럼 소인이 함께하는 자는 간사하여 공정하지 못하니, 그 마음이 바르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동인의 도는 군자의 곧고 바름에 이로움이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작품의 구성
이 작품은 미색 바탕에 검은색과 흰색, 그리고 황금색을 사용하였다. 선비의 자리인 육이 효는 중(中)을 얻은 자리이며, 또한 여섯 효 가운데 유일한 음효(陰爻)이므로 검은색의 굵은 획으로 강하고 굳세게 처리하고, 임금의 자리인 구오 효는 황금색으로 가늘게 처리함으로써 상호간의 대비와 균형의 묘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또한 동인괘의 중심 획인 육이 효를 굵게 처리하면서 획의 가운데 윗부분을 위로 올라가게 하고, 우측의 획보다 좌측의 획을 더 굵고 강하게 처리한 표현 방법은 불(火)의 강렬한 성질과 위로 상승하는 기운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화면의 위쪽에 배치한 외괘의 양효를 따로 떼어서 그리지 않고, 수평으로 가지런하게 붙여서 처리한 것은 자신과 친한 자는 비록 옳지 않더라도 찬동하고, 미워하는 자는 비록 옳더라도 싫어하는 것과 같은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되지 않고 오직 공명정대하게 합당한 뜻을 함께한다는 동인괘의 괘사 내용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함이다. 아울러 육이 효와 구오 효를 제외한 나머지 효는 모두 흰색으로 처리함으로써 외괘의 구오 효와 내괘의 육이 효가 동인괘의 중심이 됨을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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