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주역(周易) 읽기 30
이번에는 『주역』의 64괘 가운데 스물일곱 번째 순서에 있으며, 진리를 자각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함양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을 길러 내는 ‘양정(養正)’의 원리를 설명하는 산뇌이괘(山雷頤卦 )와 그것을 형상화한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頤)는 ‘턱’, ‘기르다’는 의미인데, 여기서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먼저 맨 아래의 초구(初九) 효는 아래턱에 비유되며, 맨 위의 상구(上九) 효는 위턱, 가운데 네 개의 음효는 모두 부드러운 음식에 비유된다. 즉 아래턱과 위턱이 활동을 하여 음식을 먹고 영양소를 섭취하여 자신을 기르고, 나아가 다른 사람을 기른다는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주역』에서 음식이나 물, 술 등은 성인지도(聖人之道)를 의미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 괘의 초구 효는 땅을 의미하고, 상구 효는 하늘에 비유되어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는 천지합덕(天地合德)의 의미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산뇌이괘(山雷頤卦)는 주체적으로 성인지도를 자각하여 자신의 내면을 기르고, 나아가 다른 사람을 기른다는 양육(養育)의 원리와 동시에 하늘과 땅이 덕을 합하여 만물을 생(生)하고 기르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뇌이(山雷頤)
이 괘상(卦象)을 살펴보면 위에는 산( )이 있고, 아래에는 우레( )가 있는 모습이다. 산은 ‘그침’, ‘머무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우레는 하늘의 소리를 말하고 그 덕성은 동(動), 즉 움직임을 대표하는 것이므로 이는 하늘과 땅이 서로 마주쳐 소리를 냄으로써 세상 사람들을 일깨우고 도리를 밝힌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그침의 덕성을 지니고 있는 산의 맨 위에 위치한 양효는 위턱을 의미하며, 움직임의 덕성을 지닌 우레의 맨 아래에 있는 양효는 아래턱으로 비유되어 음식물을 섭취하는 형태로 풀이된다. 또한 상구 효는 하늘, 초구 효는 땅에 비유되어 하늘과 땅의 합덕(合德)으로 만물을 생성하고 기르는 지혜를 설명하는 괘상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즉 이 괘상은 기본적으로 입안에 든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자신의 생명을 기르고 나아가 다른 사람을 길러 내는 양생(養生)과 양정(養正)의 지혜를 설명하는 것이다.
『주역』의 순서에 관해 설명하는 「서괘전(序卦傳)」에서는 “물건이 크게 쌓이면 기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기른다는 뜻의 이(頤)괘를 산천대축괘(山天大畜卦 ) 다음에 둔 것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괘사에서는 “기르는 것을 올바르게 해야 좋을 것이니, 기르는 것의 내면까지 깊이 살핌으로써 스스로 주체적 자각을 통해서 구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즉 자신을 기르는 것이나 다른 사람을 기르는 것은 스스로 자신에게서 구하되 올바르게 살펴야만 길(吉)하다는 것이다. 이는 곧 하늘과 땅이 만나서 만물을 낳고 기르는 것은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저절로 이뤄진 것이니, 자신을 기르고 다른 사람을 기르는 양육의 원리도 누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주체적인 자각을 통하여 실천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단사(彖辭)」에서는 “기르는 것을 올바르게 해야 좋다고 하는 것은 바르게 길러야만 길하다는 뜻이고, 기르는 것의 내면까지 살펴본다는 것은 그 길러 내는 하늘의 법칙을 본받아 인간의 법칙으로 삼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바르게 기르는 것을 본다는 것이다.”라고 하여 스스로를 기르는 것은 성인지도를 주체적으로 자각해야 함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실천적인 덕목을 말하는 「상사(象辭)」에서는 “산 아래에 우레가 있는 것이 이(頤)니 군자는 이것을 보고 깨달아서 말을 할 때도 신중히 하고 음식(성인지도)을 먹을 때도 절제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작품의 구성
이 작품은 짙은 황색 바탕에 검은색과 회색을 사용하였다. 바탕색을 짙은 황색으로 처리한 것은 방위로는 중앙을 의미하며, 만물을 낳고 기르는 주체가 땅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위턱에 해당하는 상구 효는 강하면서도 직선적인 검은 색으로 처리하였으며, 아래턱에 해당하는 초구 효도 위턱과 마찬가지로 검은색으로 처리하면서도 직선으로 처리하지 않고 굵은 곡선으로 둥글게 처리하였다. 그리고 가운데 위치한 네 개의 음효는 가늘고 짧게 구성하여 부드러운 회색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표현 방법은 위턱은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음을 나타내고, 아래턱은 움직여서 음식을 씹는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이며, 네 개의 음효는 부드러운 음식의 형태임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또한 위턱과 아래턱을 의미하는 검은색은 밝음을 의미하는 흰색과 어둠을 의미하는 검은색을 섞어서 사용하였는데, 이처럼 테두리 부분은 연하게 하고 가운데 부분은 진하게 처리함으로써 밝음과 어둠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음양의 덕성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초효와 상효의 붓질을 거칠게 하여 붓질의 흐름이 시각적으로 드러나도록 표현한 기법은 양효의 강한 활동성을 드러내기 위함이며, 육이, 육삼, 육사, 육오의 네 획을 좌우 양편에 위치시켜 짧고 가늘게 처리한 것은 화면의 공간을 최대한 넓게 사용하면서 동시에 위아래의 초구 효와 상구 효를 크게 드러나도록 함으로써 굳세고 강한 양효가 네 개의 음효를 주재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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