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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만 받는 연명치료… 행복한 죽음 택할 권리[북리뷰]
등록 : 2024-07-26 09:09
■ 단식 존엄사
비류잉 지음│채안나 옮김│글항아리

바야흐로 ‘유병장수’의 시대다. 생활조건이 나아지고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죽음 대신 투병을 이어간다. 하지만 ‘연명’뿐이다. 연명 치료 수준에서 수명과 고통이 함께 연장되는 경우가 여전히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대만의 저명한 재활의학과 교수인 저자는 연명 치료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을 전문가로서 지켜봤다. 그러나 마침내 자신의 어머니가 64세의 나이에 유전병 ‘소뇌실조증’의 발병으로 존엄사를 요청했을 때 그동안 이 문제의 방관자였음을 고백한다. 소뇌실조증은 신체 동작을 조절하는 소뇌가 기능을 잃어 결국 침대에 누운 채 연명하게 되는 병이다. 존엄사가 제도화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현실 속에서 엄마와 딸은 다른 방법을 선택한다. 곡기를 끊는 것, 바로 ‘단식’이다.

책에는 저자의 어머니가 죽음을 향해 가는 과정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죽과 삶은 채소, 과일을 주식 삼고, 오일과 연근물로 고통을 덜어내려 노력한다. 어머니는 정해진 단계에 걸쳐 단식일수를 늘려나갔는데, 처음에는 식사 양을 줄였고, 점차 완전한 무섭취의 상태를 지속해 영면에 이른다. 하지만 책은 그것이 결코 ‘손쉬운 죽음’이 아니라고,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빼곡히 기록해 증명한다.

80%의 사람들은 병원에서 삶을 마감한다. 저자는 그들의 모습과 어머니의 마지막을 비교한다. 그들은 대부분 병원에서 진통제가 무용해질 때까지 연명치료를 이어가고 끝내 가족도 없이 사망에 이른다. 하지만 저자와 가족들은 우리가 떠나야 할 때를 스스로 정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했던 시간을 돌아보며 이별을 준비하는 선택지도 있음을 일깨운다. 또한 저자는 존엄사를 둘러싼 전 세계 사례와 찬반 논의 지형도 세심하게 짚는다. 그러면서 지금껏 더 오랜 삶을 궁리했던 인간사회가 이제는 더 나은 죽음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세계 최장수 국가 중 하나인 한국에도 여러 질문과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대만처럼 한국도 존엄사는 불법이고, 당사자의 연명 치료 거부 신청도 가족의 동의 없이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눈물 없이 웃음으로 유언을 남기는 ‘생전 장례식’ 장면은 독자들에게 말한다. 진정 행복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 더 많이 물어야 한다고. 268쪽, 1만68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출처:https://v.daum.net/v/20240726090926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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