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릴 베니스비엔날레 제 60회 국제미술전 한국관에서 ‘향기와 소리를 전시하는 작가’ 구정아의 ‘오도라마 시티’가 펼쳐진다.

21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서울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에서 2024년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계획안을 발표했다. 올해 한국관은 지난해 3월 선정한 이설희(쿤스트할 오르후스 수석 큐레이터)와 야콥 파브리시우스(아트허브 코펜하겐 관장) 예술감독이 전시를 총괄한다. 1995년 한국관이 개관한 이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공동 예술감독이 전시를 준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관 30주년의 대표 작가는 구정아가 맡았다. 전시의 핵심 주제 '구정아-오도라마 (Odorama)시티'로 ‘이방인이 된 한국의 향기'를 이야기한다. ‘오도라마’는 향기를 뜻하는 오도어(Odor)와 드라마의 라마(rama)를 결합한 단어로, 후각과 시각의 공감각적 매체로 비가시적이지만 가시적인 지점을 양립해 열린 가능성을 제시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 준비는 누구든 참여 가능한 ‘오픈콜’에서 시작됐다. 작가와 전시팀은 개개인이 가진 ‘한국의 도시, 고향에 얽힌 향의 기억’을 수집하기 위해 SNS, 언론보도, 미팅 등을 통해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지는 지난해 6월 25일부터 9월 30일까지 한국 외교부와 재외한국대사관, 한국계입양인과 커뮤니티, 세계 각지의 한인, 한인학교 및 한국계 미국인 협회, 탈북주민들, 서울 외신기자 클럽 등에 전달됐으며, 참여자에는 한국인 뿐 아니라 여러 국적을 가진 외국인과, 새터민 등이 포함됐다. 두 예술감독은 “다양한 그룹의 참여자들이 공유해 준 향기 기억은 답변의 범위를 한반도라는 지역 너머까지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형성되는 역사적 과정에서 파생된 집단을 시적 기억을 통해 포괄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향을 매개로 한국의 초상화를 그리며 동시에 공유받은 개개인의 기억을 나눔으로써 다양한 인류를 아우르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전시팀은 수집된 대한민국의 향을 ‘시각적 상상’으로 변환해 전시한다. 예술감독과 작가는 모두 고국이 아닌 곳에서 이방인으로 활동하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들은 한국관의 향기 여행을 통해 앞으로 확장될 한국인의 정의에 대해 고민하고, 동시에 한국인의 범주가 넓어지기를, 또한 한국인으로 선뜻 포섭되지 않는 일군과도 교류가 이뤄지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