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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뉴욕 아트 신을 뜨겁게 달구는 한국인들
등록 : 2023-08-03 11:07

코리안 르네상스 시대의 개막

아이언 벨벳(Iron Velvet)의 전시 전경. 

지난해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을 통해 아시아 미술계의 새로운 허브로 서울이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받은 데 이어 글로벌 아트 신에서도 한국인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미국 미술계에서 트렌드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다양한 한국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첫 번째 주자는 기획자다.

단단한 내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 영(Jeon Young)

Q 생경하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인 아이언 벨벳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뉴욕은 워낙 집세가 비싸다 보니 '집'이 주거 공간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목적과 기능을 갖춘 형태로 진화하고 있어요. 저도 가장 사적인 '집'이라는 공간을 예술과 문화의 공동 공간으로 변화시켜 집의 기 능과 의미를 넓혀보고자, 살고 있는 16평 정도의 공간 전체를 전시장으로 개방하게 되었죠. 아이언(Iron)과 벨벳(Velvet)이라는 상반한 이미지의 두 단어는 외유내강을 뜻하는 "부드러운 벨벳 장갑 속의 단단한 철의 손(Iron hand in a velvet glove)"에서 차용한 건데요. 뉴욕에서 주류가 아닌 유색인 종의 여성작가, 단단한 내면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 작가들을 보여주고 싶은 의도가 담겼어요.

Q 지금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들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전시는 무엇인가요?

이유진, 인지 모센(Engy Mohsen), 사가리카 선다람(Sagarika Sundaram), 티에리 토메티(Thierry Tomety) 그룹전 〈많은 방법으로 많은 이들을 사랑하는 방법(How to Love Many in Many Ways)〉이 기억에 남아요. 제주도, 인도, 토고, 이집트 등에서 온 작가들과 관객들이 대화하며 그림을 완성하 고 몸을 맞대고 움직이며 게임을 하는 등 함께 만들어가는 인터랙티브한 전시가 인상적이었어요. 아티스트들과 함께 장소 특정적 작업 방식을 추구 하는 이곳과 잘 맞는 전시였죠.

Q 현재 미국 아트 신에서 눈여겨봐야 할 비평가나 큐레이터를 추천해 주신다면요.

3명의 아시안 컬렉터가 만든 그룹 'The Here and There Collective'(THAT Co.)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 그룹은 뉴욕에서 아시안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꾸준히 후원하며 전시와 레지던시, 인터뷰 등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큐레이터까지 영입하며 더욱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더라고요.

Q 활동 중인 뉴욕 아트 신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말해 주세요.

관계 예술의 미학과 장소 특정적 예술을 살린 아이언 벨벳의 독특한 성향을 유지하면서도 유동적인 커뮤니티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고요. 작가들을 지지·지원하고, 관객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어요. 그리고 뉴욕과 서울의 기관들과 체계적인 네트워킹을 통해 더욱 발전된 형태의 전시와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전 영 @yjeony

뉴욕 맨해튼의 예술 공간 아이언 벨벳(Iron Velvet) 대표 전영은 고려대학교에서 한국화와 프랑스문학을 전공했고,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문화예술경영으로 석사를 마쳤다. 뉴욕 브루클린 뮤지엄 한국관, Space 776 갤러리 등에서 전문성을 쌓은 후, 어퍼이스트사이드의 한 아파트에 아이언 벨벳을 만들었다. 2021년 12월 첫 전시를 시작으로 2022년 7월까지 총 6차례 전시, 퍼포먼스, 워크숍 등을 통해 장소 특정적인 작업들을 선보였다.

록펠러센터〈기원, 출현, 귀환〉전의 이배 작품 전시 전경. 
록펠러센터〈기원, 출현, 귀환〉전 내부에 진 메이어슨(Jin Meyerson)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미술을 향한 순수한 열정의 표출, 줄리 허(Julie Hur)

Q 독특한 이력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데, 어떻게 뉴욕 아트 신에 들어오신 건가요?

대학에서는 역사를 전공했고 미술사로 대학원을 가려다 일을 시작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꿔 미국 금융권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미술과는 한동안 멀어져 있었어요. 뉴욕이라는 도시가 저를 미술계로 자연스럽게 끌어준 것 같아요. 거의 1년 내내 전시가 열리는 도시다 보니 매주 주말마다 보러 다녔어요. 그러면서 미술계에서 일하시는 많은 분들과 알게 되었죠. 팬데믹 이후 아트페어들이 다시 오프라인에서 열리는 시점, 조현화랑에서 해 외 아트 페어 담당자를 구하고 있었는데 그때 우연히 인연이 닿아 '아모리 쇼(The Armory Show)' 이후 함께 일하게 됐습니다.

Q 뉴욕 록펠러빌딩 전시 준비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이배 작가님의 거대한 숯 조각을 뉴욕의 아이코닉한 장소인 록펠러 센터의 채널 가든에 설치했던 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굉장히 붐비는 곳 이라 밤에 설치했는데, 많은 사람들의 협업을 통해 2톤짜리 숯 조각 3개를 크레인으로 올리는 그 작업 광경이 거대하고도 감동적이었어요. 클래스 올 덴버그(Claes Oldenburg),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등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됐던 명소에 한국 예술가의 작품이 설치된 건 처음이라 더 의미가 깊기도 했고요.

Q 현재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한국계 및 한국 작가들 중 가장 눈여겨 보고 있는 작가가 있나요?

목탄 드로잉 작품을 선보이는 안나 박(Anna Park) 작가를 주목하고 있어요.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군중들이 모인 혼란스러운 장면을 묘사하는 작가의 작품은 기쁨, 혼란, 탐욕, 불안 등 복합적 감정을 폭풍처럼 한 번에 끌어내는 독특한 힘이 있어요. 이런 역동적인 매력 덕분에 그녀가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BFA를 마치기도 전에 이미 많은 팬들이 생겼죠.

Q 미국 아트 신에서 앞으로 주목해야 할 인물이 있다면요.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흑인 여성작가로는 처음으로 미국을 대표했던 시몬 레이 (Simone Leigh)를 꼽고 싶어요. 2018년 뉴욕의 루링 어거스틴 첼시 (Luhring Augustine Chelsea) 갤러리에서 처음 작가의 솔로 전시를 보았을 때의 그 생생한 감동이 잊히지 않아요. 짚과 같은 토속적 재료와 청동으로 눈과 귀가 없는 흑인 여성을 형상화한 거대한 조각상이었는데, 작품에서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와 원시적 생명력에 큰 감동을 받았거든요. 이처럼 흑인과 여성 등 마이너리티 작가들의 작품이 재발견되고 미술사가 다시 쓰이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요?

줄리 허 @julie_artadventure

조현화랑의 뉴욕 세일즈 디렉터 줄리 허. MBA를 마치고 뉴욕 금융계에서 오랜 기간 일하며 현대 미술 애호가로 활동하다 순수한 열정에 이끌려 미술계에서 일하게 되었다. 최근 뉴욕 록펠러빌딩에서 진행한 박서보, 이배, 진 메이어슨(Jin Meyerson)의 전시〈기원, 출현, 귀환〉과 록펠러센터 채널 가든에 세워진 이배 대형 조각 프로젝트를 현지 코디네이팅했다.

글쓴이 김예지(@yayyjiiii)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사회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한 뒤 영국 런던 SOAS대학에서 미술사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서울옥션 홍콩 경매팀과 글로벌 사업팀을 거쳐 전시 기획, 국내외 갤러리, 기관, 작가들과 협업하며 글로벌 미술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다. 현재는 세계 최대 글로벌 온라인 미술작품 거래 플랫폼 '아트시(ARTSY)'의 아시아 비즈니스팀 서울 담당 디렉터를 맡고 있다.

CREDIT INFO

freelance editor박은희

출처:https://v.daum.net/v/20230803095505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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