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보존과학센터, 보존처리 과정서 확인 13개 중 11개 버드나무속, 2개는 소나무류 보존처리 마치고 안동시립박물관에서 전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탈인 ‘안동 하회탈 및 병산탈’(국보)이 기존 알려진 것과 달리 오리나무가 아니라 버드나무속, 소나무류로 만들어진 것이 확인됐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 제공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탈놀이 가면이자 국보로 지정된 ‘안동 하회탈 및 병산탈’의 재료가 기존 알려진 오리나무가 아니라 버드나무와 소나무류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안동 하회탈 및 병산탈’의 과학적 조사와 보존처리 과정에서 수종을 분석한 결과, 기존에 오리나무로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로는 버드나무속 목재와 소나무류로 만든 것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모두 13개(하회탈 11개, 병산탈 2개)의 하회탈 및 병산탈 가운데 하회탈 9점과 병산탈 2점은 버드나무속 목재로, 하회탈 가운데 주지 2점은 소나무류로 제작됐다.
하회탈 가운데 양반 탈은 빼어난 조각 수준으로 입체감이 두드러진다. 사진은 보존처리 중인 양반 탈. 문화재청 제공
‘안동 하회탈 및 병산탈’은 고려시대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탈놀이 가면이다.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과 이웃인 병산마을에 전해 내려왔다. 하회탈은 모두 11개가 전해지는데 주지 2개, 각시, 중, 양반, 선비, 초랭이, 이매, 부네, 백정, 할미 탈이다. 병산탈은 총각, 별채, 떡다리 탈이 있었다고 알려졌지만 현재는 2개만 남아 있다.
이들 탈은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주민들이 거행한 ‘하회 별신굿 탈놀이’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하회별신굿탈놀이’는 국내 18개 탈놀이와 함께 ‘한국의 탈춤’이란 명칭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기도 하다.
한국의 탈은 대부분 바가지나 종이로 만들고 그 해 탈놀이가 끝나면 태워버리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오랜기간 보존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하회탈과 병산탈은 나무로 만들고, 또 엄격하게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 탈 위에 종이를 바른 다음 안료를 칠해 색을 낸 것도 하회탈과 병산탈의 특징이다. 특히 탈의 턱을 따로 조각해 탈놀이를 할때 연결시킴으로써 말하는 것처럼 움직이게 돼 생동감을 주며, 양반·백정 탈 등은 조각 수준이 빼어나 입체감도 돋보인다.
하회탈 가운데 할미 탈의 X선 단층촬영(CT) 모습(왼쪽)과 단면. 문화재청 제공
이들 탈은 하회마을에서 관리하다가 1964년 국보로 지정된 후 국립중앙박물관과 안동시립박물관에서 보관, 관리해왔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조사에서 표면에 이물질이 두껍게 달라붙어 있거나 일부 안료가 들뜨고 나무가 갈라지는 등 부분적으로 손상이 확인됐다.
이에따라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기탁자인 하회마을보존회와의 협의를 통해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서 과학적 분석, 보존처리를 진행해 최근 완료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X선과 적외선 촬영, X선 형광분석기와 X선 회절분석기, 현미경 등을 이용해 다양한 과학적 분석을 했다”며 “하회탈의 채색안료는 납 등을 가공한 안료인 연단(주홍빛)을 비롯해 백색안료는 연백, 볼과 이마에 찍은 연지곤지의 적색은 진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센터측은 “과학적 조사 이후 오염물을 제거하고 안정화 작업, 갈라진 목재의 접합, 결손부분 복원의 순서로 보존처리를 했다”며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탈은 보다 안전하게 보관·전시하기 위해 3차원 출력(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안전한 받침대도 제작했다”고 말했다. 보존처리를 마친 하회탈과 병산탈은 안동시립박물관 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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