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누비더라도 ‘한국인다움’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갖지 못한 것’을 채우려 애쓰지 않고, ‘가진 것’을 가다듬어 K-성악의 매력을 알리고 싶어요.”
2020년 세계 최고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첫 앨범을 낸 소프라노 박혜상(사진)은 지난달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오페라 극장에서 ‘마술피리’ 주역으로 데뷔했다. 그는 모차르트가 작곡한 이 작품에서 ‘밤의 여왕’ 딸 파미나를 연기하며 “고급스러운 천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뉴욕타임스)라는 극찬을 이끌었다. 줄리아드 음대 졸업 후 메트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온 박혜상이 세계 오페라계의 스타로 부상한 순간이었다.
지난 24일 전화로 만난 박혜상은 “조수미 선생님 등 훌륭한 선배들이 길을 닦아놓은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 ‘포용적인 환경’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며 “언젠가는 가슴을 후비는 한(恨)이 담긴 창작 오페라를 세계에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오랜만에 국내 관객과 만난다. ‘삶과 사랑에 대한 찬가’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공연은 인생에 대한 다채로운 감정을 담은 레퍼토리로 꾸며진다.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현악 사중주단 스트링 콰르텟의 연주 아래 다울랜드의 ‘다시 돌아와요, 달콤한 연인이여’, 헨리 퍼셀의 ‘내가 대지에 묻힐 때’ 등을 들려준다. 오토리노 레스피기의 ‘저녁노을’, 에릭 사티의 ‘난 널 사랑해’ 등도 선보인다. “우울하고 어두운 곡과 경쾌한 오페레타를 의도적으로 섞었어요. 팬데믹의 한복판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진지하게 성찰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박혜상은 예술의전당 리사이틀 직후 다시 미국으로 날아가 2월 8일 뉴욕 필하모닉과 신년 스페셜 콘서트를 연다. 이 무대에선 임긍수의 ‘강 건너 봄이 오듯’과 ‘새타령’을 부를 예정이다. 그는 “한국 관객에겐 덜 알려진 외국 곡을 소개하고, 해외 관객에겐 한국 가곡을 들려주는 게 성악가의 임무”라고 말했다. 청중을 고려한 유연한 레퍼토리 구성에 대한 소신은 ‘자유로운 예술가’를 향한 꿈과 이어진다. “박혜상이라는 소프라노가 두드러져야 할 순간엔 용기 있게 드러내고, 음악이 중요한 순간엔 절제할 수 있는 테크닉을 터득하고 싶어요. 확고한 계획 아래 움직이면서도 ‘일시적 충동’으로 목소리를 변주하는 성악가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