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추가
회원가입 고객센터
2026.10.09 (金) 18:55
주요뉴스
 
 HOME > 뉴스 > 문화/생활 > 생활일반
<유희경의 시:선(詩:選)>사람과 사는 일
등록 : 2021-10-06 11:32

‘딱히 무엇과 싸우지도 않았는데/ 이미 패배한 자의 발걸음으로 귀가한다./ 패배의 기원은/ 가늠할 수 없음에 있는가/ 아니면 거스를 수 없음에 있는가.(…) 오늘의 패배는 구태여 찬비를 맞지 않는 데 핵심이 있건만/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어서/ 밤새 세월이 새끼손가락쯤 들어올려서 패대기를 쳤는지/ 잔뜩 두들겨 맞은 몸으로 잠깨는 아침.’

-이현승, ‘자서전엔 있지만 일상에는 없는 인생’ (시집 ‘대답이고 부탁인 말’)

한 기업체로부터 단체 시집 구매 주문이 들어왔다. 직원들에게 선물할 거란다. 좀처럼 없는 일이다. 한 달 치 판매량에 버금가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포장도 배송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배부른 소리다. 요즘 같은 때 그 절반만 돼도 감사한 일이다. 기한 내에 완료하겠다고 장담했다. 시집 목록과 배송 주소를 받고 정리하고 나니 시한이 얼마 남지 않게 됐다. 명절 연휴 탓에 포장재 받는 데 또 며칠 허비하고 말았다.

종일 포장했는데도 남은 일이 더 많고 어느덧 퇴근 시간. 함께 일하던 직원들 하나둘 퇴근하고 밤 창문처럼 깜깜해진 나만 남게 됐다.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처음에는 호기로웠고 나중에는 서러워졌다. 먼저 퇴근한 직원들을, 허구한 날 오더니 하필 오늘은 오지 않는 친구들을, 철야는커녕 고작 자정인데 부치는 체력을 원망했다. 얼추 정리해놓은 시간은 새벽 네 시. 나는 “패배한 자의 발걸음으로 귀가”했다.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게 잠들었다. 남은 일 걱정에 혹시 늦었을까 화들짝 놀라 깼다. 서점은 말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직원들이 일찍 출근해 매조져 놓은 것이다. 간밤 원망은 씻은 듯 사라지고 피로도 잊은 채 반성했다. 어젯밤 감정은 비밀로 하기로 했다. 미운 것도 토닥여주는 것도 다 사람이다. 사람과 사는 게 삶, 인생이다.

시인·서점지기

출처:https://news.v.daum.net/v/20211006113019359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ys4327@hanmail.net ]
이전 위로
       
사공홍주.PNG
『화역(畫易), 주역을 그리다』
“사회에 좋은 영향 미쳐야”…도서출...
해송 이희대 문인화전
이재명 대통령 "스트레이키즈,...
아시아 최대 규모 아트페어 개막...
"솔드아웃 연연 안 한다.....
올 가을 전국 곳곳서 비엔날레..동...
올해로 25년째..진도 토요민속여...
지향 김계진작품전
서예교육의 활성화
나스카 라인
대구경북서예상 류영희·박세호씨
'유영국, 절대와 자유 展'이
‘한국미술작가명감 출품작가 초청전...
BTS '빌보드 핫1위' ...
문체부·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분석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엑스엑스' 안희연(하니...
가수 하니가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
'맛남의 광장' PD &quo...
[뉴스엔 박수인 기자] 안전한 ...
'친정엄마' 대표 잠적 ...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뮤...
사공홍주 유튜브 채널 개설
issue 게시판은 아직 생성되지 않았습니다.
회사소개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회원약관 고객지원센터 제휴 및 광고문의 광고안내 저작권안내 기자회원신청 기사제보 정기구독신청 다이렉트결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