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五里霧中)’은 ‘5리나 되는 넓은 공간에 낀 짙은 안갯속’이라는 뜻으로 ‘무슨 일에 대해 방향이나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의미다. 짙은 안개가 끼면 사물을 구별할 수 없고 한 치 앞도 볼 수 없으니 눈을 감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무’(霧)는 안개다. 분무기(噴霧器)는 물을 안개처럼 뿜어내는 기구다. 무산(霧散)은 안개가 끼었다가 흩어져 없어지고 마는 것처럼, 어떤 일이 흐지부지될 때 쓴다. ‘계획이 무산됐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안개 정국도 앞을 전망할 수 없는 정치 상황을 이를 때 쓰곤 한다.
미궁(迷宮)도 같은 의미다. ‘미(迷)’는 ‘헤매다’란 뜻이다. 미아(迷兒)는 집을 잃고 헤매는 아이다. 그리스 신화에 괴수 미노타우로스를 미궁에 가뒀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쉽지 않은 곳이다. 위험한 자를 가둬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요즘 유원지에 식물 울타리로 만든 미로(迷路)가 있다. 우습게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다시 밖으로 빠져나오려면 애를 먹는다. 그래서 ‘미궁에 빠지다’ 또는 ‘미로를 헤매다’라고 많이 쓴다. ‘오리무중’ ‘미궁’ ‘미로’는 모두 해결책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른다.
얼마 전 한강 유원지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대학생이 불행한 일을 당했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처럼 부모님 심정이 오죽하실까? 어쩌다가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전후 사정이라도 알아야 부모님의 참담한 마음이 풀릴 텐데, 경찰이 한 달 넘게 수사하고 있지만 그 전후 사정은 밝혀내지 못하니 ‘미궁에 빠진 사건’이 될까 염려스럽다.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안개가 하루빨리 걷히기를 기대한다.
중동고 교장·성균관대 명예교수
◇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한국한문교육학회장, 한국고전번역원장 등을 역임했다. ‘한문의 세계’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