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미래의 공연인가? 무섭기도 해요. 그럼에도 세계 곳곳에서 봐주시는 여러분 덕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해낼 수 있었어요. 언제 대면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방방콘을 시작으로 저희가 할 수 있는 걸 모든 걸 다 해보려고요.”(RM)

14일 첫 유료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에 도전한 방탄소년단(BTS)의 소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4월 시작 예정이었던 월드투어 ‘맵 오브 더 솔’ 일정이 조정되면서 찾은 돌파구였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이 날 공연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107개 나라 및 도시에서 최대 75만6600여 명이 동시 접속해 관람했다. 5만 명 정도 수용이 가능한 스타디움 기준 15회 공연과 맞먹는 수준으로 전 세계에서 진행된 온라인 유료 콘서트 중 가장 큰 규모다.

지난 4월 18~19일 유튜브 채널 ‘방탄TV’로 24시간 진행된 무료 온라인 스트리밍 축제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방방콘)’로 전 세계 162개 지역에서 최대 224만 명과 만나며 예열 작업을 마친 이들은 이번에도 자체 플랫폼을 활용했다. 자회사 비엔엑스의 커머스 플랫폼 위버스샵에서 생중계하고, 미국 라이브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 키스위 모바일과 협업해 멀티뷰 스트리밍 시스템을 구축했다. 6개 화면을 동시에 즐기는 멀티뷰로 골라보는 재미를 더했다.

유료 팬클럽 가입자는 2만9000원, 미가입자는 3만9000원에 제공했다. 팬클럽 기준으로 계산한 수익만 220억원이다. 지난해 6월 네이버 브이라이브 생중계로 14만 명이 관람, 약 46억원(1인당 3만3000원)의 추가 수익을 올린 영국 웸블리 공연과 비교해도 5배가량 많다. 공연 100여 분 동안 방탄소년단이 모델로 활동하는 업체 등의 광고가 두 차례 노출돼, 그 수익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총 12곡 셋리스트 연출도 온라인 공연 특성에 맞췄고, 대형 스타디움 공연과 다른 아기자기한 연출로 차별화를 꾀했다.

지난 4월 SM엔터테인먼트가 네이버와 손잡고 세계 최초로 온라인 전용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를 론칭하는 등 K팝이 온라인 공연의 진화를 이끈다는 평가도 나온다. 슈퍼엠을 시작으로 WayV·NCT 드림·NCT 127·동방신기·슈퍼주니어 등 6회에 걸쳐 ‘비욘드 라이브’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증강현실(AR) 기술이다. 슈퍼엠의 미발표곡 ‘타이거 인사이드(Tiger Inside)’를 처음 공개할 땐 거대한 호랑이가 무대를 뛰어다녔고, NCT 127의 ‘영웅’ 무대에선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을 구현했다.

그중 압권은 지난달 31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린 슈퍼주니어 콘서트에 등장한 12m 높이의 ‘자이언트 시원’이다. SK텔레콤과 협력해 선보인 AR 콘텐트로, 106대의 카메라에 담아 구현한 최시원의 모습은 ‘알라딘’의 지니를 연상케 했다. 언택트 공연의 가장 약점으로 꼽히는 현장감도 보완했다. 다중 화상 연결 시스템으로 각자 방에 있는 팬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200여 개의 분할 화면에 담아 함께 공연을 즐기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SM 측은 “원하는 팬들을 대상으로 미리 신청을 받고 200여 명을 추첨했다. 환호성까지 실시간 송출이 가능해 팬들의 만족도가 높았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회를 거듭할수록 관객도 늘고 있다. 첫 회 슈퍼엠 공연은 7만5000여 명으로 시작했지만, 6회 슈퍼주니어 공연은 12만3000여 명이 관람했다. 3만3000원짜리 티켓 수익도 약 25억원에서 40억원으로 늘었다. 2013년 홀로그램을 활용한 소녀시대 V(가상) 콘서트, 2015년 홀로그램 뮤지컬 ‘스쿨 오즈’를 선보이는 등 꾸준히 컬쳐테크놀로지(CT)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SM은 향후 소속 가수 외에도 국내외 다른 아티스트에게도 ‘비욘드 라이브’의 문호를 넓힐 계획이다.

2012년부터 해외에서 케이콘을 진행해온 CJ ENM은 올해는 온라인으로 ‘케이콘택트 2020 서머’를 열기로 했다. 20일부터 일주일간 32팀의 공연을 2만 4000원에 볼 수 있다. 판타지오 소속 아스트로는 오는 28일,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여자)아이들은 다음 달 5일 온라인 콘서트를 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온라인 공연이 오프라인 공연을 완벽하게 대체할 순 없겠지만 언택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하면 양쪽이 동반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AR·VR 등 각 실감형 기술의 특성에 맞춘 연출과 딜레이가 일어나지 않는 송출이 관건”이라며 “대형 기획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도 온라인 공연을 할 수 있게 제도적 지원과 함께 가격 적정성 논의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