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콘텐츠 확충 준비 미흡 노동시간 줄어 '영화·공연' 최대 수혜 낮 공연 확대, 저녁 공연시간 당겨질 듯 여가생활 문화예술 참여비중 고작 2% 돈 없이 '저녁만 있는 삶' 될 수도
문체부가 발표한 ‘2016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가장 많이 하는 여가활동 유형은 ‘휴식과 ’취미·오락 활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 52시간 근무 시행과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이 늘어나는 만큼 여가활동의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디자인=이미나 기자).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은 문화예술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짐으로써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기회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문화예술계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근로기준법으로 문화예술 콘텐츠 제작 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과 삶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로 노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서적을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문화예술계의 변화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문화산업 성장 새 모멘텀” VS “얇은 주머니로는 어림없다”
주 52시간 근무 시행이 다가왔다. 삼성과 LG 등 주요 기업들은 시행 전 시범운영에 들어가며 ‘저녁이 있는 삶’을 준비하고 있다. 문화계는 노동시간이 줄고 여가시간이 늘면 자연스레 문화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고 반색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 도입에 이어 문화산업 성장의 새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는 35시간 근무를 실시한 2000년 이후 전체 인구의 46%가 이전에 비해 더 많은 책과 음반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의 대표 서적 및 음반 유통기업인 프낙은 2000년 이후 매출액이 25% 증가했다. 영화관은 관객이 24% 늘었다. 노동시간 단축이 문화소비의 증가로 이어진 것인데 한국 역시 비슷한 효과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늘어나는 여가시간, 공연장으로?
영화·공연은 노동시간 단축의 대표적인 수혜업종이다. 노동시간이 줄어든 직장인들이 퇴근 후 즐길 여가 활동 중 하나로 영화 및 공연관람 등을 꼽기 때문이다. 영화 멀티플렉스인 CJ CGV의 황재현 커뮤니케이션팀장은 “52시간 근무 도입으로 영화관을 찾는 고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며 “이전에는 평일 낮에는 직장인들이 영화관을 찾기 어려웠으나 앞으로는 유연근무제 등의 도입으로 이른 오전 혹은 오후에도 방문할 수 있다고 보고 상영시간대 등을 조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전시 공간도 52시간 근무 시행을 앞두고 준비에 한창이다. 평일 낮 공연인 마티네의 확대와 오후 8시로 정례화되어 있는 저녁 공연 시작 시간을 30분에서 한 시간 당기는 방안도 일부 공연장에서 검토하고 있다. 예술의전당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시간대에 즐길 수 있는 무료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해 이벤트 형식으로 풀어낼 예정”이라며 “내년부터는 늘어난 여가 시간을 즐기려는 관람객을 위한 더 많은 문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듯하지만 평일 공연 시간을 앞당기는 것은 아직은 판단이 이르다”고 말했다.
◇양적 성장하는 여가, 질적으로도 성장해야
여가 시간이 느는 만큼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워라밸’ 시대의 핵심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여가는 양적으로도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여가활동으로 문화예술을 관람하거나 참여하는 비중은 2%도 되지 않는 데 반해 60%가 넘는 이들이 TV시청이나 인터넷 검색 등 비교적 저비용에 비활동적으로 여가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여가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환영하지만 노동자의 소득이 줄어든다면 문화계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적 부담으로 월 급여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 한국은 소득이 높을수록 적극적으로 여가 활동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칫 워라밸도 소득이 좌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여가 활동의 금전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설 및 인프라 확충과 불필요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여가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원활한 문화예술 콘텐츠 소비를 위해 상연 횟수를 늘리고 할인혜택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득실을 검토해 효과가 적은 관련 규제는 줄여나가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